세운상가 개발의 가장 큰 딜레마는 '보존'과 '개발'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다. 혹자는 세운상가를 소중한 근대 문화유산으로 생각하지만 보존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런 시각 차이로 인해 세운지구에 대한 공공의 계획은 전면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양극단을 오갔다. '도시공간 관리에서 재개발과 도시재생 중 무엇이 나은가'하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다. 재개발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으나 도시공간 단절과 원주민 축출을 초래한다. 도시재생은 공간의 기억을 지속시키고 비용효율 측면에서 우월하다지만, 오히려 재개발보다 더 많은 공공재정이 소요되기도 하고 세운상가처럼 그 효과가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서울시는 세운지구를 고밀 개발하여 중앙 녹지 축을 확보하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세운상가에 대한 딜레마는 완전히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논란을 소모적 논쟁이 아닌 생산적 모색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가 필요하다.
거대한 면적, 복잡한 이해관계와 극단적인 의견대립을 생각해보면, 세운지구 개발은 재개발이든 재생이든 한 가지 방법으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과보다 과정에 중점을 두고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더 실질적인 결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지역민의 참여와 신뢰를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찾아가는 사회적 역량을 키울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둘째, 세운상가에 대한 공공재정은 효과가 불확실한 환경 개선보다는 '공공의 소유권 확보'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 미로같은 내부구조와 복잡하게 얽힌 소유권 문제를 그대로 두고 겉모양만 다듬는다고 세운상가가 살아나진 않는다. 공공이 소유권을 확보하여 과감한 구조적 변혁을 통해 긍정적 공간을 창출하고 이에 맞는 공공 기능을 심어야 한다. 소유권 확보에는 많은 재원이 들지만, 인근지역 개발 사업에서 공공기여로 나눠 부담하게 하면 공공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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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도시를 만드는 방법 중 하나는 우수한 공공공간을 조성해 시민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높이는 것이다. 재개발과 도시재생이 조화를 이루고 산업생태계와 시민들의 삶을 살리는 '공존과 조화'의 세운지구 개발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세운지구가 시민들이 다양하게 체험하는 공간, 세심하게 대접받는다고 느끼는 장소로 재탄생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