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코스닥본부장 "코스피 이전상장? 막연한 기대감 우려"

머니투데이 김창현 기자 2023.09.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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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스닥 엑소더스] ⑥

편집자주 [편집자주] 2차 전지를 비롯한 기술주 랠리 속 코스닥 시장이 활황을 맞았다. 올해 코스닥 시장은 거래대금과 지수 상승률 모두 형님인 코스피를 앞섰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 활황에 힘입어 성장한 기업들은 시가총액이 커지자 일제히 코스닥 시장을 등지고 있다. 코스피 2부 리그라는 꼬리표는 언제쯤 뗄 수 있을까. 코스닥 시장 기업 이탈 잔혹사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해본다.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올해 상반기 코스닥 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결정하는 것은 안타깝습니다.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편익을 더욱 확대해 코스닥 잔류 유인을 강화하겠습니다"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사진)은 지난 20일 본지와 인터뷰에서 "나스닥 같은 해외증권시장의 성공사례 등을 참고해 유망기업들이 코스닥 시장 내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들어 3고현상(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이 이어지는 등 대내외적으로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30%가량 올랐다. 시가총액도 36%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엘앤에프 (157,000원 ▲2,800 +1.82%), 포스코DX (40,250원 ▼950 -2.31%),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에 이어 HLB (110,100원 ▲500 +0.46%) 등 코스닥 내 시가총액 상위권에 위치한 기업들이 줄줄이 코스닥 시장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홍 본부장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이탈하는 현상에 대해 "올해는 코스닥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았음에도 이전상장을 결정하는 것은 안타깝다"며 "기업이 심사숙고해 내린 결정은 존중받아야겠지만,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하면 주가 상승, 투자 확대 등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우려된다"고 말했다.



코스닥 기업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할 때 가장 크게 기대하는 것은 수급 개선이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풍부한 유동성을 얻을 수 있도록 지난해 11월 '나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벤치마킹한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만들었다. 편입 기업들은 실적도 주가도 좋다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가까이 상승했고,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같은 기간 각각 8%, 7%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 상장사 매출액은 3% 감소했다.

홍 본부장은 "코스닥을 통해 성장한 우량기업이 시장에 머무르며 동반성장하도록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했는데 출범(2022년 11월) 후 수익률이 35%로, 같은 기간 코스닥150(34%), 코스피200(8%) 수익률을 상회한다"며 "국민연금도 지난달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편입 종목인 리노공업 (253,500원 ▲2,500 +1.00%)이녹스첨단소재 (30,250원 ▲450 +1.51%) 비중을 크게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올해 4분기에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해당 기업 대상 IR(기업설명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글로벌 세그먼트 지수선물을 비롯해 편입 종목들의 개별주식선물도 상장할 예정이다. 홍 본부장은 "별도 지수 산출, 영문 공시 서비스, 코스닥 글로벌 엑스포 개최,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을 통해 코스닥 기업들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수급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해외에서 우량기업 상장유치 활동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코스닥 기업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상장사와의 소통, 기관투자자 대상 마케팅도 이어갈 예정이다. 홍 본부장은 "일본 자스닥(JASDAQ)이나 홍콩 GEM처럼 상위시장으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시장은 폐쇄되거나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유감"이라며 "코스닥은 국내 벤처생태계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 세계 첨단기업이 상장하고 싶어 하는 나스닥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유망기업이 코스닥시장에서 제대로 자리매김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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