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 막는 맥주…일본선 잘 팔리는데, 한국은 '생산중단' 왜?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3.09.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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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풍/사진=이미지투데이통풍/사진=이미지투데이


통풍 환자가 증가하면서 통풍의 원인이 되는 퓨린을 대폭 줄인 맥주가 출시됐지만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있다. 한국보다 통풍 환자가 2배 이상 많은 일본은 퓨린 저감 맥주가 새로운 시장으로 성장해 있지만 국내에선 아직 소비자의 인식이 뒤따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29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하이트진로는 퓨린 함량을 대폭 줄인 발포주 '필라이트 퓨린 컷'을 한정 출시했다. 통풍을 유발하는 성분인 퓨린의 함량을 기존 필라이트 후레쉬 대비 90% 줄인 것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가 퓨린 함량을 줄인 '기능성 맥주'를 출시한 것은 최근 통풍환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을 고려한 조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풍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51만명으로 10년 전인 2012년 26만5000명 대비 2배 정도 증가했다. 특히 20~30대 환자가 25%를 차지해 젊은층 수요가 많을 것으로 봤다.

통풍환자는 땀이 많은 여름에 급격히 증가한다. 혈액 내 수분량이 줄어 요산수치가 높아지는 까닭이다. 요산은 음식을 통해 섭취된 퓨린이 인체대사를 거쳐 남은 찌꺼기로 인체에 많이 쌓이면 병을 유발한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심한 경우 붉게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잦은 과식과 스트레스, 적은 운동량 등으로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비만 중년 남성에 많이 발생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남성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삿포로 코쿠제로 초기 판매량 추이/자료=삿포로맥주 홈페이지삿포로 코쿠제로 초기 판매량 추이/자료=삿포로맥주 홈페이지
일본의 경우 이미 기능성 맥주 제품의 인기가 상당하다. 2001년 70만명 수준이던 일본의 통풍환자가 2013년 100만명을 넘어서자 다양한 기능성 맥주 제품이 출시됐는데 2014년 삿포로가 출시한 퓨린제로 제품 '코쿠제로'가 대표적이다. 출시 5개월만에 1억캔이 팔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시장을 주도했다. 이후 기린, 아사히, 산토리 등이 차례로 시장에 뛰어들었고 이후 기린의 탄레이가 연간 매출 250억엔(약 2200억원)에 육박할 만큼 잘 팔린다. 일본의 연간 통풍환자는 125만명 수준이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국내 첫 퓨린 저감 발포주 '필라이트 퓨린 컷'을 한정판매한 이후 더 이상 생산을 하지 않고 있다. 출시 당시 일부 매장에서 입고 즉시 매진되는 일이 벌어졌지만 재고 소진까지 4개월이 걸린 매장도 있는 등 편차가 컸다. 판매 추이로 볼 때 '맥주=통풍'이라는 이미지를 희석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란 기대에 못미쳤다는 해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퓨린 저감 맥주를 생산하려면 생산라인 하나를 완전히 운영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수요가 따르지 않았다"라며 "마니아 층에서 재출시 문의가 있기는 하지만 기능성 맥주 시장 확대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필라이트 퓨린 컷' 이미지/사진=하이트진로 '필라이트 퓨린 컷' 이미지/사진=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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