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알프레도 에스피노사 파스쿠알(Alfredo Espinosa Pascual)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양국 정상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필리핀 FTA에 정식 서명했다. 2021년 10월 한-필리핀 FTA가 타결된 지 2년 만이다.
필리핀은 인구가 1억1000만 명으로 세계 12위 수준이다. 소비 비중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70%에 이르는 소비 잠재력이 큰 국가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와 필리핀의 교역 규모는 175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5위 수준이다. 이 중 수출은 123억 달러로 아세안 국가 중 3위다.
이번 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필리핀에 대해 최종적으로 전체 품목 중 94.8%, 필리핀은 우리나라에 대해 96.5%의 관세를 철폐하게 됐다.
특히 자동차, 자동차 부품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자동차 수입 1위 국가다. 지난해 기준 필리핀 내 자동차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은 일본 82.5%, 미국 7.0%, 중국 6.4%, 한국 2.5% 순으로 일본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해 왔다. 일본은 필리핀과 체결한 EPA를 통해 승용차(관세율 20%)를 제외한 화물차 등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관세가 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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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자동차는 기존 관세율이 5%였지만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된다. 관세율이 3~30%이던 자동차 부품은 최대 5년 내 관세가 철폐돼 필리핀 자동차 시장에서 주요국 대비 경쟁력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잠재력이 큰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기존 관세율 5%)도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아울러 △가공식품(관세율 5~10%) △인삼(5%) △고추(5%) △배(7%) △고등어(5%) 등의 15년 관세철폐로 한류와 함께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우리 주요 농·수산물의 필리핀 시장 수출 기반도 강화된다.
우리측 민감 품목인 농수임산물에 대해서는 대부분 기체결 FTA인 한-아세안 FTA와 RCEP 등 범위 내에서 양허해 기존 개방 수준을 유지했다. 필리핀 관심 품목인 바나나(관세율 30%)는 5년 관세 철폐로 개방하되 수입이 급증하지 않도록 농산물 세이프가드 조치를 가능하게 했다.
양국은 한-필리핀 FTA 내 경제기술협력 협정문을 도입하고 세부 사항을 규정한 이행약정을 별도로 마련했다. 백신·기후변화·문화 등 분야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헬스케어, 희소금속 가공, 혁신 생태계, 문화 산업, 영화, 전자상거래, 지식재산권 등 유망 전략 분야에서 호혜적인 협력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양국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조속히 누릴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 한-필리핀 FTA 발효를 목표로 국회 비준 동의 등 절차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전세계 59개국과 22건의 FTA를 체결했다. 정부는 싱가포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어 필리핀과 FTA 체결을 통해 아세안 국가 중 다섯 국가와 FTA 관계를 맺게 됐다. 이들 다섯 국가와 우리나라의 교역액은 2022년 기준 전체 아세안과의 교역액의 91%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