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향수 살린 구개념 예능 ‘홍김동전’

머니투데이 조이음(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3.09.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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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시청률에도 꾸준한 사랑 받는 비결은?

사진=KBS '홍김동전' 영상 캡처사진=KBS '홍김동전' 영상 캡처


KBS2 예능프로그램 ‘홍김동전’은 등장부터 신선했다. 모두가 새로움을 좇기 바쁜 예능판에서 대놓고 ‘구개념 버라이어티’를 내세웠다. 프로그램 구성도 간단했다. 제목 그대로 ‘홍’진경과 ‘김’숙을 주축으로 ‘동전’을 던져 나오는 앞 뒷면에 따라 출연자의 운명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물론 동전 던지기 한 번으로 게임이 끝나는 건 아니다. 때에 따라 유불리한 조건으로 이어질 뿐이다. 따라서 끝날 때까지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기에 게임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행되는 게임은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만큼 프로그램에 빠져든다는 의미다.

지난해 7월 첫 방송된 ‘홍김동전’은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답게 프로그램의 큰 틀인 동전 던지기는 유지하되 매주 새로운 주제가 주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프로그램과 출연자, 출연자와 출연자가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가는 중요한 시간이기도 했다. 제작진은 출연진의 절친을 초대한 절친 특집, 멤버 개인에 대한 문제를 풀고 전원 정답이 나와야만 하는 이심전심 퀴즈 등을 진행했다. 이렇게 마련된 여러 개의 미션을 해결하는 사이 홍진경과 김숙, 그리고 조세호와 주우재와 장우영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사이, 시청자들도 그들을 파악하고, 출연진마다 캐릭터를 부여했다. 그렇게 부여된 캐릭터는 회차를 거듭할수록 강화되고, 방송 회차가 거듭될수록, 게임이 진행될수록 도드라졌다. 게임을 위해, 게임 속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배신이 난무했지만, 그로 인해 웃음이 터졌다. 때로는 배신이 얄밉기도 했지만 미운 마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진=KBS '홍김동전' 방송 영상 캡처사진=KBS '홍김동전' 방송 영상 캡처
매 회 화려한 의상과 의상에 어울리는 메이크업으로 등장할 때마다 모두를 놀라게 했던 홍진경에서 시작된 ‘분장쇼’는 어느새 ‘홍김동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그림으로 자리 잡았다. 분장이라면 일가견 있는 희극인 김숙과 조세호, 두 사람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 홍진경의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장 열정은 어느새 기대를 품게 할 정도. 여기에 예능 대세로 손꼽히는 주우재와 ‘홍김동전’을 통해 아이돌에서 돌아이 캐릭터까지 섭렵한 장우영은 같은 상황에서도 전혀 다른 리액션으로 보는 재미를 톡톡히 선사한다.



‘홍김동전’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시리즈는 역시 ‘수저게임’이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된 이 게임은 금수저부터 무수저까지 다섯 개의 계급으로 나눠두고 게임을 진행한다. 처음에 주어지는 수저 계급은 랜덤이다. 계급마다 방이 주어지는데, 방의 크기와 시설도 다르다. 각자 주어지는 동전 또한 다르다. 금수저는 30분마다 한 번씩 무수저와 흙수저에게 월세로 동전 1개씩 받는다.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동전이 필요하며, 육체노동 등을 통해 동전을 벌어야 한다. 자신의 계급을 바꾸고 싶다면 동전을 모아야 한다. 이 같은 조건들이 지나친 현실 고증이라며 비판 여론도 일었다고 하지만, 개인의 노력이나 배신으로 충분히 계급을 바꿀 수 있었기에 웃으며 게임을 지켜볼 수 있었다.

사진=KBS '홍김동전' 영상 캡처사진=KBS '홍김동전' 영상 캡처
필자는 웃음 허들이 낮은 사람임에도 ‘홍김동전’이 매주 재미있는 건 아니다. ‘홍김동전’을 매주 챙겨 보지도 못한다. 방송일이 두 번이나 변경된 이유도 있지만, ‘홍김동전’의 방송 시간은 TV 앞에 앉아있기엔 여전히 이르다. 그래서인지 첫 방송 때부터 1년을 넘긴 지금까지 ‘홍김동전’의 시청률은 평균 1%대를 넘기지 못했다. 최고 시청률은 지난해 11월 기록한 3%이니 말 다 했다.


그럼에도 ‘홍김동전’을 찾아보는 이유는 프로그램이 지닌 향수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구개념 버라이어티’라고 내세운 탓인지 이 프로그램은 필자가 어린 시절 보았던 예능 프로그램들을 떠오르게 한다. 초등학생 시절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사람들이 나오진 않지만, 마치 그 시절의 모습으로, 그 시절의 게임을 한다.

사진=KBS사진=KBS
하지만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신개념’을 내세우고도 전혀 새롭지 않은 여러 예능프로그램 사이에서 새롭게 다가온다. 여기다 때로는 감동으로 다독이고, 따뜻함으로 감싸주기도 한다. 추억의 2000년대 예능처럼 말이다.

가게는 순수 매출이 중요하듯 방송국에도 중요한 기준이 있다. 하지만 1%의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1년이 넘도록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라, 저금통(‘홍김동전’ 시청자 애칭)들은 매 회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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