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한 벤처캐피탈(VC) 대표 A씨의 말이다. CVC와 독립계 VC를 넘나들며 십여년 넘게 벤처투자를 이어온 A씨는 최근 정부의 CVC 규제완화 움직임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외부출자 허용과 해외투자 비율 완화는 CVC 업계에서 오랫동안 요청해왔던 규제 완화책이다. CVC가 좀 더 규모있게 펀드를 결성하고, 좋은 딜을 발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CVC 투자의 기본 원칙은 전략적 투자(SI)다.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심사역과 관리역 등 CVC 인력 외 펀드 주요 출자자(LP)인 지주사와 계열사 임직원 등 투자 외적 측면의 '시어머니'들이 난입하게 된다.
SI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인력이지만, 때로 도를 지나치는 경우가 있다. 벤처투자 경험이 전무한 계열사 대표가 무리하게 특정 스타트업을 투자하라고 요구하거나 시너지가 기대되는 스타트업을 추천했음에도 업무 과중을 이유로 투자를 무작정 반대만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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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는 고정된 연봉 테이블이다. VC에 고급 인력들이 몰리는 이유는 파격적인 성과급 때문이다. 기본 급여 외 10억~20억원의 성과급 챙기는 심사역들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지주사의 수많은 계열사 중 하나인 CVC에서 이같은 성과급을 기대하기 어렵다. 수십억원의 성과급이 지급됐을 때 다른 계열사에서 쏟아져 나올 불만을 지주사가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반 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허용한지 2년이 지났다. 이후 많은 CVC들이 생겼지만, 이렇다 할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CVC 활성화를 위해서는 규제 완화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CVC가 진정한 진정한 의미의 벤처투자 생태계 일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CVC의 목적과 역할을 스스로 재정립해야할 때다.
![[기자수첩]규제만 풀면 CVC 활성화될까](https://orgthumb.mt.co.kr/06/2023/09/2023090609524943841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