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 혹한기를 뚫고 수백억대의 후속 투자를 유치한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투자사들로부터 받고 있는 압박에 대해 이같이 비유했다. 투자사들이 지나치게 엑싯(투자금 회수)에 치중하면서 스타트업이 지향해온 사업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스타트업은 여러 벤처캐피탈(VC)에서 투자를 받는다. 지분을 나눠 갖게 되면서 VC는 투자한 기업의 경영과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시어머니' 같은 VC를 만났을 때다.
매주 또는 매달 투자금 운용에 관한 리포트를 만들어 보고하라고 한다든가 채용·마케팅 등 사업 전략에 관해 수시로 보고받는 VC가 있다고 한다. 위에 있는 LP(출자자)들을 고려한 조치겠지만 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은 의사결정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은 어쩌다 한번 집에 방문한 시어머니가 냉장고가 어지럽다느니 부엌이 더럽다느니 하면서 며느리에게 잔소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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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강점은 다양한 시장과 기업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시어머니가 아닌 바둑의 '훈수' 역할을 할 때 VC의 능력이 빛을 발한다. 자신의 사업에 매몰돼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창업자와 달리 VC는 한발 물러나 더 큰 판을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자를 믿는 일이다. 스타트업에서 일어나는 수십 가지 상황에 대한 의사결정은 24시간 회사만 생각하는 경영진이 당연히 VC보다 잘 내릴 수 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일과 돕지 못하는 일을 확실히 구분할 줄 아는 것, 그것이 좋은 VC의 요건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