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가계대출 증가, 분위기는 누가 띄웠나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3.09.06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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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가계대출 증가, 분위기는 누가 띄웠나


은행 대출 규모를 결정하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금리와 한도. 대출 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줄이면 된다.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반대로 하면 된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상생금융 등을 내세워 은행에 금리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 은행간의 금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예대금리 공시를 확대하는 등 정책적 수단도 내놓았다. 실제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지난해 12월 5.64%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7월 4.80%까지 떨어졌다. 가계대출보다 금리가 낮았던 기업대출 금리가 아직 5%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대출 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는 유지됐지만 LTV(담보인정비율) 규제 등이 대거 완화됐다. 다주택자와 임대(매매)사업자의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됐다.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대출도 풀렸다. 대출대환 시 DSR도 기존 대출시점을 한시적으로 적용해 한도 감액을 방지했다. 지난 7월말까지 31조원이 신청된 특례보금자리론은 DSR 규제를 적용받지도 않는다.

'대출 증가'를 위한 분위기는 만들어졌다. 금리가 낮아지고, 한도가 풀리면서 대출은 자연스럽게 늘었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침체가 풀리면서 거래가 는 것도 대출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분양가도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1~5월 마이너스였던 은행 가계대출은 6월, 7월에만 11조8000억원이 늘었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도 막는 성과도 거뒀다.



그런데 당국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관리 가능한 수준의 증가라는 설명이 사라지고, 우려가 커졌다. 특히 은행권이 대출 증가의 주범으로 꼽혔다. 50년 만기 주담대가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상생금융으로 금리를 낮추고, 제도 변화에 맞춰 온 은행권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5대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잔액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줄어든 상태다.

막대한 가계부채는 한국 금융의 뇌관이다.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대출 관리 책임을 은행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 금리 조정이 없는 '대출 한도 조이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측 가능한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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