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박광범 기자, 세종=유재희 기자 2023.08.3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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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8.29.[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8.29.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예산보다 2.8% 늘어난 규모다.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그만큼 재정 건전성, 건전 재정 등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출범후 '긴축 또 긴축'이다. 확장적 재정 정책을 폈던 이전 정부와 가장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허리띠를 바짝 조이지만 △약자 복지 △미래준비 투자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 기능 수행 등에는 재정을 적극 투입한다. 이를 위해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 재검토해 '나눠먹기식' 연구개발(R&D), 부정·부실 보조금 예산 등 총 23조원을 구조조정했다.

◇내년 예산, 올해보다 2.8% 증가
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정부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같은 '2024년도 예산안'과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내년 예산 총지출 규모는 656조9000억원이다. 올해(638조7000억원)보다 2.8% 늘렸다.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건전재정 기조 전환이 이뤄진 후 처음 편성한 올해 예산 증가율(전년대비 5.1%)의 절반 수준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의 지출 증가율은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건전재정을 지켜내기 위한 고심 어린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대신 △약자 복지 △미래준비 투자 △일자리 창출 △국가 본질 기능 수행 등에는 재정을 적극 투입한다. 우선 생계급여를 역대 최고 수준인 13.2% 인상한다. 4인 가구의 경우 지난 5년(2017~2022년) 동안의 총 인상액(19만6000원)보다 많은 21만3000원이 오른 183만4000원을 받게 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해선 단계별 1대1 돌봄 체계를 구축한다.


노인 일자리 지원 대상을 역대 최대인 103만명으로 늘리고 수당을 6년 만에 2만~4만원 인상한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보처리기사 등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를 50% 감면한다. 청년 등 총 177만명을 대상으로 'K-Pass(케이패스)'를 도입해 대중교통 요금을 20~53% 할인해준다. 취약계층 아동을 지원하는 '디딤씨앗통장' 가입 연령은 12~17세에서 0~17세로 확대한다.

'미래준비 투자' 부문 사업으로 국가전략기술 R&D에 내년 5조원을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바이오·우주·반도체 등 첨단 분야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등 국내외 세계 최고 그룹 간 공동연구를 지원한다. 핵심 자원 공급 불안에 대비해 주요광물·석유 등 공공비축도 확대한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추경호 부총리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8.29.[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추경호 부총리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8.29.
신생아 출산 가구를 대상으로 한 3종 특례(주택 구입·전세 자금 융자, 주택 우선 공급 지원) 제공에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육아휴직 유급 지원 기간은 현행 12개월에서 18개월로 연장한다. 0~1세 아동 양육가구에 대한 부모급여 지급액을 최대 100만원으로, 다자녀 가구에 대한 '첫만남이용권' 지원 금액을 300만원으로 각각 확대한다.

'일자리 창출' 부문 사업으로 A(AI)·B(Bio)·C(Cyber보안)·D(Digital플랫폼정부) 등 첨단 서비스 산업 고도화에 4조4000억원을 투입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및 유턴투자 보조금 지원 규모를 대폭 확대한다. 'K-콘텐츠 전략펀드'를 신규 조성하는 등 콘텐츠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금융을 올해(8000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1조8000억원으로 늘린다.

원전·방산 등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수출금융을 1조30000억원 추가 공급한다. 민간 주도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한국형 스테이션F'를 조성해 글로벌 창업 허브로 키운다. 지역이 원하는 대규모 사업 지원을 위해 '지역 활성화 투자펀드'(모펀드 3000억원)를 조성한다. 농어민 경영안정, 청년농 유입 촉진 등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직불예산은 올해 2조8000억원에서 내년 3조1000억원으로 확대한다.

'국가 본질 기능 수행' 사업 일환으로 군 초급 간부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단기 복무 장려금을 인상한다. 내년 병 봉급은 올해보다 30만원 인상해 165만원을 지급하고 전 부대에 얼음정수기를 보급하는 등 병영환경을 개선한다.

마약 관련 '예방→수사→재활' 전주기 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많은 602억원으로 확대한다. '묻지마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에 저위험 권총 보급을 확대(3인 1총기→1인 1총기)하는 등 대응력을 강화한다.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고 댐 신규 건설과 저수지 준설을 확대한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를 올해보다 5배 확대하는 등 ODA(공적개발원조) 규모를 확대한다.

◇생계급여 올린다...노인일자리 103만개
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내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받는 생계급여(최저생계비)가 월 21만원(4인가구 기준) 남짓 오른다. 생계급여 수급 대상도 4만가구 확대된다. 노인 일자리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개를 넘는다. 저소득 청년의 생계 지원을 위해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하고 대중교통요금을 할인해주는 'K-Pass(패스)'도 도입한다.

29일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기초생보 급여액 인상 등 수급자의 최저생활 보장 강화를 위해 내년 7조5411억원의 생계급여 예산이 투입된다.

우선 생계급여를 올해보다 13.2% 인상한다. 4인 가구 기준 올해 월 162만원에서 내년 월 183만4000원으로 오른다. 인상폭(21만3000원)은 지난 문재인정부 5년간(2017~2022년) 총 인상액(19만6000원)보다 크다.

생계급여 수급자를 정하는 잣대인 '기준 중위소득'도 '기준 중위 소득'의 30%에서 32%로 확대한다. 2015년 제도 설계후 처음이다. 3만9000가구가 수급 대상에 새로 편입된다.

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손본다.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3만5000명이 새로 의료급여 혜택을 받게 된다. 새로 편입된 의료급여 수급자는 연간 34만원의 의료비용 절감 혜택을 보게 된다.

내년 노인 일자리 100만명 시대가 열린다. 올해 대비 14만 7000명 늘린 103만명의 노인 일자리를 만든다.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10%에겐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의미다. 2018년 이후 동결됐던 노인일자리 수당도 2만~4만원(7% 수준) 인상한다. △공익형(월 27만원→월 29만원) △사회서비스형(월 59만4000원→월 63만4000원) 등이다.

기초연금 지급 인원도 665만명에서 700만6000명으로 확대하고 지급액을 월 32만3000원에서 33만4000원으로 올린다. 거동이 불편한 독거노인 5만7000명을 위한 돌봄서비스도 월 16시간에서 20시간으로 확대한다.

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출퇴근 교통비 부담을 최대 53% 줄여주는 교통카드인 K-Pass를 내년 7월 도입한다. 기존 알뜰교통카드의 불편을 개선했다. 21회 이상 이용시 교통비의 20~53%를 지원해주는데 월 최대 60회까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매 이용 때마다 △일반인 300원 △청년 450원 △저소득층 800원의 할인이 적용된다. 일반인은 연 21만6000원, 청년은 연 32만4000원, 저소득층은 연 57만6000원 한도까지 지원된다.

또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를 50% 감면해 청년들의 생활비, 취업 준비료 부담을 완화한다.

아울러 노후 산업단지에 청년이 선호하는 복합문화센터 100개소와 아름다운 거리 60개소를 확충하고 기숙사형 오피스텔과 카페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이른바 '산리단길 프로젝트'도 시행한다. 산단 근무·정주여건을 개선해 청년층의 근무 기피를 막겠다는 복안이다.

장애인에 대한 국가보호 강화를 위해 관련 예산을 올해 5조8000억원에서 내년 6조3000억원으로 늘린다. 이를 통해 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서비스 대상을 12만4000명으로 확대하고 최중증장애인 돌봄에 대한 가산급여 시간을 월 152시간에서 195시간으로 확대한다.

특히 자해나 타해 등 도전적 성향으로 가정에서 돌보기 힘든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24시간 1대1 전담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 주간돌봄의 경우 그룹형 1대1 사업을 통해 1500명, 개별 1대1 사업으로 500명을 지원한다. 24시간돌봄의 경우 1개소에서 시범 운영되던 사업을 전국 17개소로 확대 시행한다. 이를 위해 총 3567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다문화 가정 지원을 위해선 사회적 격차 완화를 목표로 168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저소득 다문화 가정 자녀 6만명에 교육활동비를 신규 지원한다. 부모 및 자녀에 대한 맞춤형 직업훈련도 확대한다.

또 저소득 한부모 양육비 지원대상을 기준중위소득 60% 이하에서 63% 이하로 확대하고 고교 재학 자녀까지 확대하는 등 3만 2000명을 추가로 지원한다.

취약 소상공인 12만명의 경영 부담도 완화한다. 저리 정책자금 대환대출, 고효율 냉난방기 기기 보급, 고용보험료 지원 등 정책 패키지를 통해 최대 연 500만원 수준의 경영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오염수 방류 대응에 7400억 투입...공무원 보수 2.5% 인상
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에 내년 올해보다 약 40% 많은 7380억원을 투입한다. 해당 재원은 국민 안전 확보와 어업인 경영안정에 쓰인다. ODA(공적개발원조)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6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우크라이나 관련 예산은 8배 이상 늘린다. 공무원 임금은 2.5% 올린다.

정부가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대응 예산을 올해 5281억원에서 7380억원으로 증액한다. 일본은 24일 후쿠시마 제1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했다.

정부는 올해 이미 대응 예산을 종전보다 대폭 늘렸는데 내년 추가로 20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구체적으로 해역·수산물 방사능 검사 등 국민 안전 확보 예산은 올해 285억원에서 내년 576억원으로 늘린다. 어업인 경영 안정을 위한 비축및 소비 지원 등 예산은 같은 기간 4996억원에서 6084억원으로 증액한다.

정부는 한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격 및 경제적 위상에 걸맞은 ODA 달성을 위해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인 6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올해보다 2조원 늘렸다. 국격에 걸맞는 규모 확대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무상 지원'이 아닌 미래를 위한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관련 예산은 올해 629억원에서 내년 5200억원으로 8배 이상 늘렸다. 특히 내년에 처음 편성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관련 예산은 1300억원이 배정됐다.

내년도 공무원 보수는 2.5% 인상된다. 최저임금 인상률에 맞췄다. 내년도 인상률은 2020년 이후 4년만에 최대폭이다. 공무원 보수는 2020년 2.8%, 2021년 0.9%, 2022년 1.4% 각각 인상됐다.

올해의 경우 올해 5급 이하 공무원의 보수를 1.7% 인상하고 4급 이상은 동결한 바 있다 장·차관급 이상 고위 공무원 보수는 솔선수범 차원에서 10% 반납했다.

인상률 2.5%는 기본급과 각종 수당, 보조비를 합친 보수에 대한 개선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내년에도 동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래도 많이 올릴 순 없다고 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2.5%)에 맞춰 직급 구분 없이 2.5% 올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3조 지출 구조조정, 어디서
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윤석열 대통령의 '재정 다이어트' 주문에 따라 내년 예산안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재검토해 온 정부가 약 23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역대 최대 규모 지출 구조조정을 이룬 지난해(약 24조원)에 이어 2년 연속 20조원 이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나눠먹기식 관행 연구개발(R&D) 예산과 100조원으로 늘어난 국고 보조금 사업 등이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는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을 '약자복지' 등 분야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된 2024년도 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지출 증가가 제한된 상황에서도 재정의 역할 수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사업은 단호히 폐지·삭감하는 재정 정상화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실제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며 1만개 이상의 사업을 재검토 해 23조원 가량의 예산을 구조조정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약 24조원)와 구조조정 규모는 비슷하지만 그 과정은 더 험난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확장재정 기조 속 재정을 운용한 문재인정부의 예산 사업을 건전재정 기조에 맞춘 과정이었다면 올해는 추가적으로 '마른 수건 쥐어짜기'에 나서야 했기 때문이다.

지출 구조조정 1순위는 그동안 예산 구조조정 '무풍지대'로 여겨진 R&D 예산이었다. 정부는 관행적으로 예산이 집행되던 R&D 분야 1254개 사업을 원전 재검토해 7조원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그동안 R&D 예산은 성역처럼 여겨져왔다. R&D 예산은 2013년 16조9000억원에서 10년 만인 올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31조1000억원에 달했다. 그동안 한번도 감액은 없었다.

정부는 국가적인 도전 과제 대신 나눠먹기식 소규모 R&D 사업이 난립한 것이 문제라고 봤다. 실제 사업비가 채 2억원이 안 되는 R&D 사업이 전체 R&D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추 부총리는 "그동안 나눠먹기식, 뿌리기식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을 제대로 된 사업성과를 낼 수 있고 기술격차를 만들어 내야 하는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넣기 위해 틀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지시대로 앞으로는 '나눠먹기' 관행을 근절하고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진짜 R&D'를 집중 지원하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7조원 중 3조원을 도전적이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다른 R&D 사업에 재투자했다. 실제 바이오, 우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1200억원의 신규 예산을 투입했다. 보스턴-코리아 프로젝트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R&D 협력을 위한 예산도 편성했다.

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국고보조금 예산도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2018년 66조9000억원이었던 예산이 4년 만에 102조3000억원으로 36조원 가까이 폭증한 국고 보조금 사업에서 4조원 가량을 도려낸 것이다

특히 정부는 국고보조금 상당액이 '사회적 기업' 인건비 등 직접 지원 형태로 활용되는 것을 문제로 봤다. 정부가 '사회적 기업' 경영을 지원할 순 있지만 세금으로 '사회적 기업'의 직원 월급을 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에 중복 지원이나 부정 수급이 발견 사업, 사회적기업 대상 인건비 지원 사업 등을 중심으로 보조금 예산을 대거 삭감했다.

부처별 특별활동비(특활비)도 구조조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주요 국가 안보, 수사, 국정 관련 사업 중 비밀유지가 필요한 사업을 중심으로 일부 감액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이렇게 아낀 돈을 △약자복지 △미래준비 △양질의 일자리 △국가의 본질기능 수행 뒷받침 등 집중해야 할 분야에 재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긴축 기조 속에서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올해 본예산(226조원)보다 16조9000억원 늘어난 242조9000억원이 편성됐다. 공공질서·안전 예산도 전년 대비 1조4000억원(6.1%) 증가했다.

추 부총리는 "지출 구조조정을 2개년에 걸쳐 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며 "각종 반발이 있을 수 있지만 큰 틀을 바꿨고 흔히 말하는 보수정권이라면 하기 쉽지 않은 약자복지에 파격적으로 많은 예산을 넣었다"고 강조했다.

◇총선 앞두고도 '지출 조이기'...왜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4년도 예산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8.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4년도 예산안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2024.8.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8%는 2005년 재정통계 정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 19년 동안 총지출 증가율이 가장 낮았던 시기는 2010년·2016년(각 2.9%)이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총지출 증가율 0%'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했다. 대안 수준의 검토는 아니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내년 총지출을 14% 줄여야 한다는 계산도 해봤을 정도다. 얼마나 정부가 건전재정에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지출 시나리오를 검토할 때 내년 동결까지 검토했다"며 "그러나 이 경우 국민 안전 확보, 재난 안전 대응, 민생 어려움 지원, 국가 미래 대비 등에 지출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총지출 증가율을 지속 낮게 유지할 방침이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5년 동안(2023~2017년)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을 3.6%로 묶는다. 해당 기간 의무지출은 연평균 5% 늘지만 재량지출 증가율을 2%로 억제한다.

당초 관가와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둔 만큼 내년에도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출을 아끼는 정부·여당이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워낙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2023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돈은 없는데 사장이 어디 '벤츠 600' 이런 고급승용차 막 굴리고 이런 식으로 해서 안 망한 기업이 없지 않느냐. 정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서 막 벌여 놓은 건지 그야말로 나라가 거덜이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고도 했다.

지난 6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선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정치 권력이라면 선거에서 지더라도 나라를 위해 건전재정, 좀 더 이해하기 쉬운 말로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에도 윤 대통령이 건전재정을 많이 강조했지만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발언을 직접 듣고서 각 부처 예산 담당자들 사이에서 '듣던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한 뒤 김동일 예산실장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2023.8.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세종=뉴스1) 김기남 기자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한 뒤 김동일 예산실장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2023.8.2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역대급 '지출 조이기'에도 내년 재정건전성은 올해보다 악화한다. 경기 부진으로 내년 세수가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고 총지출도 소폭이나마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올해 58조2000억원에서 내년 92조원으로 커진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같은 기간 2.6%에서 3.9%로 악화한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재정준칙(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을 벗어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하지만 2025년 이후에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정을 통한 경기 대응이 소홀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중국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우리나라 성장이 제약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올해 1.4%에서 내년 2.4%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은 중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1%포인트(p) 낮은 2.2%로 제시했다.

추 부총리는 "일각에서 '여전히 세계 경제가 확연히 살아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성장을 리드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재정의 정상화, 확고한 건전재정 기조"라고 말했다.

◇나라살림, 2025년부턴 나아진다?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8.29.[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8.29.
내년도 나라 살림살이는 이른바 '혹한기' 지내기와 같다. 올해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탓에 재정 적자는 90조원을 넘어선다. 국가채무는 내년 1200조원에 육박한다. 윤석열 정부 마지막 해인 2027년 1400조원을 돌파한다.

내년 이후부터 경기 회복으로 세입 기반이 확충돼 재정 여건이 나아진다고 정부는 기대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요국의 통화긴축·중국 경기 부진 등 변수가 적잖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29일 발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중기 재정지출 계획상 지출 규모는 △올해 638조7000억원(전년 대비 증가율 5.1%) △내년 656조9000억원(2.8%) △2025년 684조4000억원(4.2%) △2026년 711조1000억원(3.9%) △2027년 736조9000억원(3.6%) 등으로 증가한다.

재정지출 증가율은 내년 2%대로 줄어들지만 2025년부터 반등하는 그림이다. 국가채무는 매년 증가해 2027년 14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1134조4000억원(GDP 대비 비율 50.4%) △내년 1196조2000억원(51%) △2025년 1273조3000억원(51.9%) △2026년 1346조7000억원(52.5%) △2027년 1417조6000억원(53%) 등으로 늘어난다.

정부 시나리오상으론 내년 재정 여건이 가장 어렵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58조2000억원에서 내년 92조원으로 크게 불어난다. 관리재정수지는 실질적인 나라 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에 적립되는 금액을 뺀 수지다.

예산 2.8% 증가 초긴축예산…'재정 다이어트+약자 보호'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비율은 -3.9%로 올해 대비 1.3%포인트(p) 악화된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 중인 재정준칙도 지키지 못한 수준이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비율 적자폭을 3%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이다.

이런 상황은 올해 세입 여건과 직결된다. 정부가 내년도 지출 증가율(2.8%)을 역대 최저로 눌렀지만 올해 세수 부족이 발목을 잡는다. 올 하반기 세금이 지난해 수준으로 걷히더라도 연간 세수 실적은 올해 세입 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40조원 넘게 부족할 전망이다.

국세수입이 줄어들면 정부는 나랏빚을 추가로 내기 마련이다.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81조8000억원으로 올해(45조8000억원) 대비 78.6% 늘어난다.

정부는 내년 이후부터 세입 여건이 회복돼 재정 여건도 나아진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관리재정수지는 △2025년 -72조2000억원(GDP 대비 비율 -2.9%) △2026년 -69조5000억원(-2.7%) △2027년 -65조8000억원(-2.5%) 등으로 재정준칙을 준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올해 세수 실적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면서 "정부는 내년 이후부터 세입 여건이 개선된다고 보지만 주요국의 고금리, 중국 경기 부진 등 변수가 큰 상황에서 희망에 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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