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픽게임즈가 글로벌 생성형 AI 대전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회색지대'여서다. 스위니 CEO는 "생성형 AI는 가치있는 기술이지만 우려도 많다"라며 "타인의 작업물을 적절한 보상이나 권리인정 없이 가져다 써 회사 간 분쟁도 많다"고 말했다. 또 최근 2년간 생성형 AI가 텍스트·이미지 분야에서 큰 혁신을 이뤘지만, 게임·영상 분야에도 적용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NFT·VR 메타버스는 '노잼'…게임이 핵심"

스위니 CEO는 메타버스 시장 침체 이유로 킬러 콘텐츠 부족을 꼽았다. 그는 "NFT(대체불가토큰) 기반 메타버스는 재밌지 않았고 VR(가상현실) 기반 메타버스는 재미를 증명하지 못했다"며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를 팔기 위해 메타버스를 악용한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재미가 증명된 게임 기반 메타버스는 끊임없이 사람들을 가상현실로 끌어모은다는 설명이다.
그가 꿈꾸는 건 여러 개의 메타버스 서비스가 하나로 이어지는 '오픈 메타버스'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 기술·경제 표준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는 "1달러에 산 아이템을 모든 메타버스에서 쓸 수 있다면 경제적 효과가 커진다"며 "웹 브라우저처럼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고도 다른 메타버스로 이동할 수 있는 메타버스 브라우저가 필요하다"고 했다.
"오픈 메타버스로 구글·애플 권력 해체해야"오픈 메타버스의 핵심은 권력분산이다. 공통 규칙은 만들되 개별 메타버스의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해 특정 플랫폼이 시장지배력을 남용할 수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엔 구글·애플 등 모바일 OS(운영체제) 사업자와 싸워온 스위니 CEO의 철학이 담겼다. 앞서 에픽게임즈는 구글·애플이 앱 사업자에게 자사 결제시스템 탑재를 강제하고 30%의 수수료를 받는 건 불공정행위라고 소송을 건 바 있다.
박성철 에픽게임즈코리아 대표는 "오픈 메타버스는 다양한 분야의 회사가 동급으로 상호연결되는 구조"라며 "에픽게임즈가 대형 플랫폼이 되는 게 아니라 많은 사업자 중 하나로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위니 CEO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시행된 국내 '인앱결제강제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노력은 했지만 애석하게도 성과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는 구글·애플 등 앱마켓이 앱 사업자에 자신들의 결제시스템을 쓰도록 강제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그는 해당 법안이 통과하자 트위터(현 X)에 "나는 한국인"이라는 글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구글·애플은 법 시행 후 제3자 결제시스템을 허용하면서도 수수료를 기존 대비 4%포인트만 깎아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앱 사업자로서는 사실상 수수료 부담이 크게 줄지 않아서다. 이에 대해 그는 '쓰레기 수수료'(junk fee)라며 "타사에서 개발한 결제시스템에 수수료를 부과해 소비자가격이 낮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