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선 기부 영역에서 블록체인이 야기한 가장 큰 변화는 가상자산(암호화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금품이 등장한 것이다. 가상자산 기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후 본격화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신속한 자금조달을 위해 가상자산으로 기부금을 받기 시작했으며 1억달러 이상 조달했다. 금융 시스템이 불안한 전시상황에서 전자지갑으로 직접 전송되는 블록체인 이전방식은 해외송금보다 안전하고 빠르고 정확했기 때문에 존재가치가 부각된 것이다. 한편 월드비전은 국내 NGO 중 최초로 가상자산을 후원금으로 받고 기부자에게 NFT로 후원증서를 발행한다. 후원자가 전자지갑 속 가상자산을 월드비전의 전자지갑으로 이체하면 월드비전은 이체된 후원금을 거래소에서 원화로 환전하는 방식이다.
마지막 변화는 기부실천운동의 다양성 확보다. MZ세대가 기부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기부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진다. 이들은 재정적 기부와 더불어 후원활동에 참여하기를 원한다. 월드비전의 사내벤처로 시작된 소셜액션 플랫폼 베이크(Vake)에서는 사업자들이 고객들의 소비를 기부로 연결하는 '기부라벨'을 비롯해 다양한 기부행위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실행된다. FFC(Freak Fox Crew)에서는 특정 크루가 기부실천운동에 참여하면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참여 인증 NFT 배지를 부여받는다.
'체리월드' 기부금의 50% 이상이 MZ세대로부터 나온다고 한다. 블록체인에 익숙한 MZ세대의 가세로 엄숙한 기부문화에 재미와 즐거움 그리고 힙한 요소가 가미된다. 이런 때일수록 기부는 원래 기부에서 끝난다는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즐거운 기부가 지속 가능한 기부가 되려면 기부가 투자수단으로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 특정 수혜자를 위해 기부자들이 후견인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를 만들고 수혜자의 자활 후 수익금의 일정비율을 회수하거나 제3자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조건을 설정한다면 기부해서 돈 벌고 더 기부하는 선순환 구조가 나오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블록체인이 이끄는 기부실천운동의 미래는?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