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방류 시작?…정부 '안전하다' VS 국민 '못 믿어'

머니투데이 세종=오세중 기자 2023.08.24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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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도쿄전력의 제1 원자력발전소와 오염수가 방류될 앞바다./사진=뉴스1(AFP) 2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도쿄전력의 제1 원자력발전소와 오염수가 방류될 앞바다./사진=뉴스1(AFP)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24일 오후 1시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추지 않은 상황에서 방류할 경우 '즉각 중단'을 요청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날 방류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오염수 처분 방식으로 해양 방류를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는 약 12년 반 만에 오염수 방류가 이뤄진다.



예정대로 방류가 시작하면 도쿄전력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원전 앞바다로 방류된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커지자 정부는 매일 일일 브리핑을 통해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 수치를 제공하며 오염수 방류가 국내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과학적으로 검토해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처럼 과학적 기준에 부합한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지만 삼중수소가 ALPS를 통해 걸러지지 못한다는 점과 우리 해역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지 않겠냐는 국민 정서가 부딪쳤다.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서 "기준에 안 맞는 방류가 진행되면 국제적으로 제소하도록 외교부가 항상 준비할 것"이라는 언급까지 했지만 국민 불안은 좀처럼 가라 앉지 않는 분위기다.

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동시기자회견을 열고 오염수 방류와 관련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투기 결정은 인류에 대한 핵 테러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오염수 해양 투기 동조한 윤석열 정부 역시 핵 테러의 공범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의 이유로 탱크를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고 경제성을 들며 바다에 버리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오염수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기 전까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일본 정부는 해양 투기 기간을 30년으로 예상하지만 오염수의 발생이 멈추지 않는 이상 기간은 길어지고 오염수의 탱크 보관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은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에 관해서만 이야기하며 바닷물로 희석해 기준치 이하로 농도를 낮추어 버리면 환경에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농도를 낮추면 비교적 덜 오염된 방사성 물을 버리는 것 같은 착시효과를 주지만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기에 결국 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염수에는 삼중수소 외에도 다른 핵종들이 잔류한다"며 "특히 반감기가 긴 탄소14(반감기 5400년), 아이오딘129(반감기 1570만년) 같은 핵종들은 장기간 측정해야만 그 존재를 알 수 있고 환경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려진 바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지금 당장 오염수 해양 투기를 중단하고 원전 부흥의 미몽에서 깨어나 올바른 길을 가야 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에 오염수 해양 투기 중단을 요구하고 일본 정부에 다른 대안을 함께 찾아 나가자고 제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 같은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갈등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전날 더불어민주당은 저녁 국회 앞 계단에서 규탄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재명 당 대표를 비롯해 당 소속 국회의원,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당원, 시민들이 한데 모여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를 규탄하면서 강력 대응을 결의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의 직무가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제일인데 대한민국의 영토와 바다를 오염시키겠다는 일본에 왜 우호적인 것이냐"며 "일본 오염수가 아무 문제 없다는 홍보물을 대통령실 예산으로 만들었다는데 믿어지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규탄대회와 장외 촛불집회와 관련 "또다시 반일과 공포마케팅으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고 맞서 정치권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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