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째 불어나는 가계대출…잔액 '사상최대'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권화순 기자 2023.08.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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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째 불어나는 가계대출…잔액 '사상최대'


은행 가계대출이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 한 달 새 6조원 늘어나고 신용대출도 증가세로 전환한 영향이다. 최근 대출금리가 반등하고 연체율도 오르고 있어 가계부채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1068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말과 비교해 한 달 새 6조원 증가했다.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 증가 전환한 뒤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증가폭도 △4월 2조3000억원 △5월 4조2000억원 △6월 5조8000억원 △7월 6조원으로 매월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은행 가계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주담대 증가 때문이다. 은행 주담대는 지난 2월 전월 대비 3000억원 감소한 이후 3월부터 증가 전환해 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3개월 증가폭(5월 4조2000억원, 6월 6조9000억원, 7월 6조원)은 2020~2021년 부동산 급등기 수준까지 확대됐다.

주담대 증가는 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매수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세자금 수요가 둔화했지만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주택 매매거래 증가로 자금 수요가 이어지며 주담대가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은행권 신용대출이 6월 1조2000억원 감소에서 7월 500억원 증가로 전환해 전체 대출 증가폭을 키웠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6월까지 아파트 매매 계약 거래량이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보통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되살아나고 있다. 이미 한은 금융통화위원(금통위원)들은 지난달 '전원 일치'로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3.5%)하면서도 가계대출 증가세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 금통위원은 "세계적인 고금리 기간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이라며 "우리나라의 GDP 성장률이 점차 낮아지는 상황에서 규제 당국이 예전의 방식대로 가계부채를 관리하게 되면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재 시점에선 한은이 당장 가계부채를 이유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지만 가계대출이 급증하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나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강화하는 등 여러 (대응) 옵션이 있다"며 "금통위원들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가계대출이 4개월째 증가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일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가계부채 관련 관계기관 점검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대출이 우려할 수준으로 늘었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증가세가 넉달째 이어지고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하반기에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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