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콘서트 미뤄져 아쉽지만…환경 좋아졌다" 밝아진 잼버리 대원들[르포]

머니투데이 부안(전북) =김지현 기자 2023.08.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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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참가자들 "처음보다 냉방시설·식사 등 많이 개선"..폭염에 잼버리 해수욕·숲체험 인기

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 덩굴터널에서 만난 레이츠군(오른쪽)과 모로코 참가자들 /사진=김지현 기자6일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 덩굴터널에서 만난 레이츠군(오른쪽)과 모로코 참가자들 /사진=김지현 기자


"기대했던 K팝 콘서트가 미뤄져서 조금 슬프지만, 다시 열린다니 기대하고 있어요."

지난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이하 잼버리) 현장에서 만난 모로코 출신의 레이츠군(15세)은 잠깐 스친 실망스런 얼굴을 뒤로하고 바로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이날 저녁 8시부터 잼버리 영지 내 야외특설무대에서 예정돼있던 'K팝 슈퍼 라이브'가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자 발생이 잇따르면서 오는 11일로 연기됐다. 이번 공연엔 아이브와 제로베이스원, 엔믹스, 앤팀 등 인기 아이돌 11개팀이 출연이 예고된 바 있다.

레이츠군은 "BTS(방탄소년단)나 블랙핑크 등 K팝 아이돌에 대해 알고 있다"며 "콘서트는 미뤄졌지만 다른 영내·외 활동을 하며 잼버리를 즐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에 이곳에 도착을 땐 너무 더웠는데, 쿨링버스와 쉴 공간이 늘어나 환경이 나아졌다"며 "식사도 처음엔 간식 수준으로 부실했지만 지금은 파스타와 치킨, 레몬에이드 등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참가자들 "첫날과 비교했을 때 많이 나아져"
숙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잼버리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원들 /사진제공=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숙영지에서 펼쳐지고 있는 잼버리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원들 /사진제공=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개막 첫날(1일)부터 무더위로 온열환자가 속출하는 등 중단 위기까지 놓였던 잼버리 현장은 대회 초기에 비해 많이 안정을 찾은 모습이었다. 이날 델타구역에서 만난 대원들과 IST(국제운영요원) 등은 잼버리 환경이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델타구역은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지도자와 청소년들이 만나 문화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이다.

말레이시아에서 IST로 대회에 참여한 리오나씨(21)는 "좋은 쪽으로 잼버리가 많이 바뀌었고, 친구들 역시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는 말을 하고 있다"며 "처음보다 얼음물도 충분히 제공되고, 쿨링버스도 늘어나 여기서 할 수 있는 경험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에 설치된 각국의 텐트들 /사진=김지현 기자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에 설치된 각국의 텐트들 /사진=김지현 기자
이날 대회 참가자들만 출입 가능한 숙영지에서 '문화교류의 날'이 열리며 관광객 등 일반인도 들어갈 수 있는 델타구역은 다소 한적해 보였다. 그럼에도 공연을 준비하거나 친목을 다지는 대원들을 곳곳에서 마주칠 수 있었고, 각국의 국기와 이름이 적힌 텐트 안엔 나라를 소개하는 판넬이나 자국 문화를 대표하는 소품 등이 놓여 있었으며 배지를 주고 받는 광경도 눈에 띄었다.

개막 이후 정부는 성공적인 행사 마무리를 위해 추가 대책 강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삼성과 LG 등 기업들도 잼버리 현장에 간이화장실과 휴대용 선풍기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살인적인 무더위에 '냉방시설 추가' 목소리도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에 주차된 쿨링버스 /사진=김지현 기자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에 주차된 쿨링버스 /사진=김지현 기자
델타구역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곳은 에어컨이 나오는 '쿨링버스'다. 주차된 버스에 오르자 무더위에 지친 대원들과 IST, 봉사자 등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물이 분사되는 720㎞ 길이의 '덩굴터널'에도 대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땀을 식혔다. 지급되는 차가운 물과 부채, 우산 등을 들고 다니며 대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더위를 이겨내고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의 엘리오니아양(16)은 "영내 활동 중 다도 프로그램이 재밌었다"며 "처음에 덥긴 했지만, 이탈리아도 이맘때쯤 기온이 비슷해 견딜만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어 즐겁다"고 덧붙였다.

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에 설치된 덩굴터널에서 쉬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제공=여성가족부6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잼버리 델타구역에 설치된 덩굴터널에서 쉬고 있는 참가자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상황은 개선됐지만, 매일 한낮 기온이 35도를 상회하며 냉방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칠레에서 온 발렌티나씨(22)는 "아직도 날씨에 지쳐 대원 중 활동을 즐기지 못하고 하루를 낭비하는 이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교통편 역시 개선되긴 했지만, 아직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선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오늘(7일) 잼버리 영외 프로그램이 마련된 새만금 인근 고사포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출신의 마샤군(17)도 "오전 일찍 해수욕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었는데, 셔틀버스가 꽉 차서 지각을 해 즐기지 못했다"며 "(되레) 걸어온 친구들은 먼저 도착했는데 아쉽다"고 했다.

이번 잼버리 메인 행사 중 하나였던 K팝 공연이 미뤄진 것에 대한 아쉬움도 이어졌다. 발렌티나씨는 "현재 칠레에선 한국 아이돌과 넷플릭스 콘텐츠 등 한국 문화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며 "콘서트가 미뤄졌단 이야기를 듣고 상당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야영장보다 시원해요" 영외 프로그램 '인기'
7일 오전 고사포 해수욕장 인근 숲에서 숲밧줄놀이 과정활동을 즐기는 참가자들 /사진=김지현 기자 7일 오전 고사포 해수욕장 인근 숲에서 숲밧줄놀이 과정활동을 즐기는 참가자들 /사진=김지현 기자
특히 해수욕장과 숲 등에서 열리고 있는 영외 프로그램들은 대원들에게 인기다. 7일 고사포 숲밧줄놀이 과정활동에 참여한 이탈리아의 마타양(16)은 "처음 해보는 활동이라 신기했다"고 했으며, 함께 참여한 안나양(15)은 "해수욕장 앞이라 나무가 많아 그늘이 있고 시원해서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곳에선 매일 800여명의 대원들이 생존수영과 친환경 캠핑용품 만들기 등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원하면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거나 수상 레포츠를 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웨덴의 엘로라양(17)은 "원래도 수영을 할 줄 알지만, 재밌는 경험이 됐다"며 "오후엔 숲 속 클라이밍 프로그램에 참여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7일 오전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생존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웨덴의 엘로라양(17) /사진제공=여성가족부 7일 오전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생존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웨덴의 엘로라양(17) /사진제공=여성가족부
이에 정부도 영외 프로그램과 문화체험 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을 포함해 강원 평창, 경북 경주, 부산 등 각 시·도에 협조를 구해 한국의 산업과 문화, 역사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카우트 대원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태풍이 예보되면서 300여개가 넘는 대피소를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세계스카우트연맹과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이 잡음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성공적인 잼버리 개최를 위해 매일 아침 함께 정기적인 회의와 수시 회의 등을 열고 협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7일 오전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생존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원들 /사진=김지현 기자7일 오전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생존수영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원들 /사진=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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