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美 배터리 보조금, 나눠먹자?…'Yes-No' 갈리는 이유는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3.08.0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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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 美 배터리 보조금, 나눠먹자?…'Yes-No' 갈리는 이유는


"AMPC(생산세액공제) 공유를 논의 중"(LG에너지솔루션)
"AMPC를 공유할 계획이 없다"(SK온)

3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396,000원 ▼3,500 -0.88%)과 SK온은 미국 IRA(인플레이션방지법)에 따른 AMPC 혜택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정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셀 35달러/kWh, 모듈 10달러/kWh)을 받을 수 있는 법 조항이다.



'AMPC 공유' 주장은 미국 현지 일부 완성차 업체들에서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기차 저변 확대 및 업계 상생을 위해 배터리 업체가 받은 AMPC 혜택의 일부를 완성차 업체에도 줘야한다는 주장에 가깝다. 이 경우 배터리 업체들이 가질 수 있는 이익의 크기가 줄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AMPC 각 2112억원, 1670억원을 올 상반기 영업이익에 반영했던 바 있다. 향후 연 수조원 대의 이익을 AMPC를 통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MPC 공유'는 배터리 업체 단독공장에 해당하는 문제다.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가 미국에 JV(합작법인) 형태로 만든 생산라인의 경우 지분율에 따라 AMPC를 자연스럽게 나눠갖기에 문제 자체가 발생할 수 없다. 국내 배터리 3사가 추진하고 있는 북미 생산라인 중 JV가 아닌 형태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시간(26GWh) 및 애리조나(43GWh) 공장, SK온의 조지아(22GWh) 공장이다. 삼성SDI는 모두 JV를 추진하고 있기에 AMPC 공유 문제에 휘말릴 여지가 없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일부 고객사들로부터 AMPC 공유 요청을 직간접적으로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해 그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실적은 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완성차 업체들과 '동맹'을 공고히할 수 있단 계산이다. 반면 SK온은 고객사로부터 AMPC 공유와 관련한 별다른 요청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독 투자의 결실인 AMPC를 공유할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SK온 배터리 생산라인 계획SK온 배터리 생산라인 계획
단독공장의 AMPC 혜택을 공유하는 게 향후 표준이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성능이 비슷한 배터리면 AMPC 혜택을 조금이라도 나눠주는 곳의 제품을 선호할 게 유력하다. 테슬라에 주로 배터리를 납품하는 파나소닉은 최근 "AMPC의 절반은 고객과 공동 사용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경향은 북미에서 전기차 배터리가 본격 쏟아지기 시작하는 1~2년 뒤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파나소닉이 AMPC 공유 의사를 명확히 함에 따라 국내 메이커들 역시 이를 완전히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실적 변동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 배터리 생산라인의 대세가 JV이기에 AMPC 공유의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선 역시 존재한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나눠먹을 파이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AMPC 공유에 따라 회사의 이익이 요동치는 그런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파나소닉은 테슬라 의존도가 절대적으로 높아서 협상력이 낮다"며 "큰 의미가 없는 케이스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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