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시한폭탄 '뇌출혈' 잡는다...차세대 나노 치료제의 비밀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3.08.1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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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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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 /사진제공=세닉스바이오테크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 /사진제공=세닉스바이오테크


국내 사망원인 3위 뇌졸중 중에서도 지주막하출혈은 '머릿 속 시한폭탄'이라고 불릴 만큼 위험한 질환이다. 지주막하출혈은 뇌동맥류 파열로 발생한다. 출혈된 혈액은 뇌와 두개골 사이의 공간으로 흘러들어가 뇌 주위의 압력을 높이고 염증성 반응을 일으켜 뇌신경을 파괴한다.



지난해 5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고(故) 배우 강수연씨와 한국 최초의 국제기구 수장인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지주막하출혈로 세상을 떠났다. 지주막하출혈로 인한 사망률은 약 35~50%, 응급수술을 하고 살아남더라도 대부분 후유증이 남는다.

높은 치명률과 후유증의 원인은 혈액에 의한 염증이다. 혈액으로 인한 뇌압 상승은 수술로 어느정도 낮출 수 있지만 염증 반응은 마땅히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주막하출혈 치명률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 중인 토종 스타트업이 있다. 세닉스바이오테크다. 전 세계 최초로 무기물질 기반 나노자임 치료제 상용화에 나섰다.

정상세포까지 잡아먹는 대식세포…활성산소 잡아라
/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서울대 의과대학 신경과학교실 교수이자 뇌질환 권위자인 이승훈 세닉스바이오테크 대표는 지주막하출혈 치명률을 낮추고 좋은 예후를 기대하려면 급성 염증 반응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급성 염증을 유발하는 원인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급성 염증을 유발하는 건 대식세포다. 대식세포는 일종의 면역세포다. 신체 내 병균이 침입하면 이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주요 장기가 다쳐 혈액이 품어져 나올 때는 혈액을 병원균으로 인식하고 제거한다. 문제는 이 대식세포가 지나치게 활성화돼 특정 부위에 몰릴 경우다.


이 대표는 "뇌, 심장, 폐, 간 등 주요 장기에 이상이 일어날 경우 이상 부위에 있는 대식세포 내에서는 활성산소가 많아지고 염증 유발 단백질을 내뱉는다"며 "염증 유발 단백질은 일종의 경계신호로 다른 대식세포를 흥분시키고 여러 신체 부위의 대식세포가 특정 부위로 몰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피와 대식세포가 특정 부위에 몰리게 되면 그 부위는 붉게 변하고 열이 나는 염증 증상을 보이게 된다. 특히 압력까지 높아지면서 특정 부위 뿐만 아니라 정상 부위까지 손상을 입게 된다.

이 대표는 "대식세포가 특정 부위로 쏠려 염증 증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처음부터 활성산소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염증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대식세포 출동 알람' 활성산소…나노자임으로 해결
CX213가 활성산소와 반응하는 모습 /그래픽=세닉스바이오테크CX213가 활성산소와 반응하는 모습 /그래픽=세닉스바이오테크
이 대표가 주목한 것은 나노자임이다. 나노자임이란 '나노(Nano, 1nm)'와 '엔자임(Enzyme, 효소)'의 합성어로 체내에서 효소 역할을 하는 무기질 나노물질을 말한다. 이 대표는 2012년 전 세계 최초로 나노자임이 뇌경색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논문을 학계에 보고한 바 있다.

이 대표는 "2016년 세닉스바이오테크를 설립하고, 2017년 뇌출혈, 2018년 지주막하출혈 연구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뇌졸중 전반에 나노자임이 효과가 있다는 걸 밝혀냈다"며 "예상을 뛰어넘는 연구결과가 이어지면서 뇌졸중 치료제로써의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세닉스바이오테크는 현재 산화세륨 나노자임을 기반으로 한 급성 염증 치료제 'CX213'을 개발 중이다. CX213의 특징은 주변 세포와 전자 하나만 교환한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활성산소(O2-, HO2, H2O2)의 화학식에서 전자 하나를 빼거나 더하면 산소나 물로 바뀌게 된다"며 "복잡한 화학 반응 필요없이 전자만 왔다갔다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특징은 산화세륨이라는 무기물질 기반이라는 점이다. 주변 세포에 반응해 빠르게 사라지는 화학 치료제나 단백질 치료제와 달리 잔존기간이 매우 길다. 그러다 보니 응급 상황에서 한번 주사하면 계속해서 활성산소를 제거하면서 급성 염증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이 대표는 "기존 체내에는 없는 무기물질을 주입하는 만큼 잔존기간이 길다. 주로 간에서 배출하게 되는데 동물실험 결과 주사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도 30%가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연내 전임상 완료…내년 미국·유럽서 임상1상 계획
세닉스바이오테크의 기술력에서 가능성을 엿본 벤처캐피탈(VC)들은 투자에 나섰다. 세닉스바이오테크는 2019년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1년 시리즈A 투자 라운드에서 18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바이오 투자를 이끌어온 아주IB투자 (3,065원 ▲75 +2.51%)도 주요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세닉스바이오테크는 연내 CX213과 후속 파이프라인인 'CX301'의 전임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CX301은 외상 뇌손상 이후 신경학적 회복속도를 높여주는 치료제다. 뇌손상을 유발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고 있다. 그리고 내년 미국과 유럽에서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 진출도 계획 중이다.

이 대표는 "나노자임은 기존 화학 치료제나 단백질 치료제와는 다른 차세대 치료제"라며 "현재까지 지주막하출혈 등 뇌졸중으로 인한 높은 사망률을 막을 수 있는 응급 치료제는 없었던 만큼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 주요국 보건당국들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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