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멍하니 국화 바라보다 눈물…"사형하라" 신림엔 분노글 빼곡

머니투데이 김도균 기자 2023.07.2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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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 서울 도심에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4일째인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거리에 있는 골목길 입구. 이곳에는 조모씨(33)의 범행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애도하는 글과, 조씨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다./사진=김도균 기자백주대낮 서울 도심에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4일째인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거리에 있는 골목길 입구. 이곳에는 조모씨(33)의 범행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애도하는 글과, 조씨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다./사진=김도균 기자


"다음 생엔 이런 비극 없는 세상에 태어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백주대낮 서울 시내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째인 24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떨어진 골목길 입구엔 흰 국화가 쌓였다. 주말새 추모객이 다녀가며 남긴 꽃이다. 국화 사이로는 각기 다른 종류의 담배갑도 여러 개 보였다. 한켠에는 음료수가, 다른 한켠에는 짜장라면이 놓였다. 시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20대 젊은 나이에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이 된 A씨를 추모하고 있었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시민들은 피해자에 애도를 표하면서 가해자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백주대낮 서울 도심에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4일째인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거리에 있는 골목길 입구. 이곳에는 조모씨(33)의 범행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애도하는 글과, 조씨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다./사진=김도균 기자백주대낮 서울 도심에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4일째인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거리에 있는 골목길 입구. 이곳에는 조모씨(33)의 범행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애도하는 글과, 조씨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다./사진=김도균 기자
이날 A씨의 친구라는 20대 남성이 한참 동안 이곳에 머물다 갔다. 이날 아침 일찍부터 이곳을 찾은 그는 건너편에 앉아 멍하니 국화가 놓인 곳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다가 곧 눈물을 보였다. 몇 분을 흐느끼다가 자리를 떠났다.

추모공간 벽에 빼곡히 남겨진 편지들 사이에선 격앙된 문구도 눈에 띈다. 누군가 흰 종이에 "사형하라"는 글귀를 써서 붙이자 다른 이는 "동참합시다"라는 답글을 남겨놨다.



다른 한켠에는 피의자 조모씨(33)의 신상으로 추정되는 글을 적어놓은 종이도 남아있다. 인쇄된 글자 위로는 각기 다른 글씨체로 쓰인 조씨에 대한 비난도 눈에 띈다.

이날 이곳을 찾은 이들 역시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인근에 사는 김민정씨(22)는 "저런 사람은 사형이 마땅한데 안되면 무기징역이라도 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근에 사는 중학생 C양은 "범죄자의 신상을 왜 보호하고 가리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백주대낮 서울 도심에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4일째인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거리에 있는 골목길 입구. 이곳에는 조모씨(33)의 범행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애도하는 글과, 조씨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다./사진=김도균 기자백주대낮 서울 도심에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 4일째인 24일 오전 11시쯤. 서울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70m 거리에 있는 골목길 입구. 이곳에는 조모씨(33)의 범행으로 숨진 20대 남성을 애도하는 글과, 조씨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다./사진=김도균 기자
시민들이 이처럼 조씨의 범행에 대해 분노하는 이유는 익숙한 공간에서, 그것도 대낮에 벌어진 범죄여서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김윤희씨(51)는 사건이 벌어진 지난 21일 인근에서 약속이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날이 궂어 약속이 취소됐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뉴스를 보게 됐다"며 "자주 지나가는 곳인데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분노를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씨는 "조씨 범죄의 잔혹함과는 별개로 사람들의 혐오 정서가 도를 넘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사건이 벌어지자마자 중국 동포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는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모습에 놀랐다"고 밝혔다.

분노의 크기는 달라도 시민들은 이 같은 범죄의 재발을 막아달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30대 직장인 D씨는 "원한도 없고 일면식도 없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범죄라고 그냥 손 놓고 당할 수만은 없지 않냐"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이미 숱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인데 왜 격리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전과가 다수 있는 사람들의 재범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해보인다"고 했다.

조씨는 지난 21일 오후 2시쯤 신림역 4번 출구 인근 노상에서 남성 4명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됐다. 20대 피해자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숨졌다. 조씨는 과거 폭행 등 3회 전과 기록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성년자 시절 소년부로 송치된 수사경력자료는 14건에 달한다. 조씨의 신상을 공개할지 여부는 심의를 거쳐 오는 26일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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