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길 바른세상병원 수족부클리닉 원장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최모(54·여)씨는 손목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 늘 손가락이 저렸다. 손목터널증후군(수근관 증후군)으로 진단받아 치료도 받고,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는 등 신경을 썼지만 매일 손목을 쉴 틈이 사용하는 과정에 재발과 악화가 반복됐다. 최근에는 손가락의 감각이 떨어져 물건을 떨구기도 했다. 결국 찾은 병원에서 수술 치료가 불가피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 병은 남성보다 주로 중년 여성이 많이 겪는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관절을 받치는 근육과 인대 등이 약해 연골 손상에 취약한 편이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 호르몬의 변화로 뼈와 연골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근골격계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평소 집안일을 많이 하는 주부의 경우 빨래와 청소, 요리 등 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많은데, 이에 따라 횡수근 인대가 두꺼워지고 손으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서 증상이 발생한다.
손목터널증후군의 치료는 환자의 증상과 통증 정도, 기간 등을 고려해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행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 주사 치료 등으로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3개월 이상 비수술적 치료를 진행했음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치료 후에도 반복되는 경우, 저림 증상이 심하거나 손바닥 쪽 근육 위축 또는 악력이 감소하게 되면 손목 터널을 넓혀주는 횡수근 인대 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 횡수근 인대를 잘라 손목의 터널을 넓혀주는 방식으로, 수술 시간은 10분 내외로 짧다.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손목을 구부린 상태로 오랜 시간 있지 않아야 한다. 손목 사용이 많은 작업이나 활동을 하기 전에는 충분한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손가락이나 손이 뻐근할 때는 손목과 손가락을 뒤로 젖힌 상태로 10초 정도 유지해 횡수근 인대의 긴장을 푸는 게 도움 된다. 손과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했다면 손목 부위에 10~15분간 온찜질을 하거나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