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현상이 나타났던 서유럽 국가에서의 흐름을 보면 여성의 독박육아·경력단절이 사라지지 않은 국가, 다양한 삶과 가족 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국가, 부모의 일·가정양립이 어려운 국가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져갔다.
그런데 우리는 여성의 독박육아·경력단절, 부계혈통주의에 기반한 정상가족에 대한 굳건한 신념, 불가능한 일·가정 양립, 여기에 아이 교육비에 허리가 휘어지는 부모와 손해 보는 가족을 만들지 않으려는 청년, 소멸위험지역의 모습이 겹치면서 저출생의 늪에 빠져 있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온몸이 병든 한국을 치료하기 위한 환골탈태를 해야 한다.
또 초등돌봄절벽이 사라지고, 부모가 전문노동력으로서 자신의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 아이가 오후 5시까지 머물 수 있듯이 초등학교에서도 양질의 교육과 돌봄을 받을 수 있는 '늘봄학교'가 시급히 확대돼야 한다. 가족친화기업이 여성가족부 사업 실적에서만 찾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라, 부모의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 돼야 한다.
10대 후반에 만든 성적이 나머지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에서 사교육비 부담은 줄어들 수 없다. 인생의 다양한 경험이 교육 기회와 연결될 수 있는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가족관계가 민주화되고, 사회 곳곳에서 서열사회를 무너뜨리는 개혁이 일어난다면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쏠림 현상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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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야기가 돈 되는 전략과 무슨 상관이 있냐고. 거시경제적으로 볼 때 인구규모 축소는 경제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아이울음 소리카 커지면 한국 경제는 더 많은 투자자를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부모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키운 아이들이 노후를 풍요롭게 해줄 것이다. 돈 되는 투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