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도 놀란 그 곳…사막서 키운 K-토마토, 10배 비싸도 '대박'

머니투데이 두바이, 아부다비(UAE)=최민경 기자 2023.06.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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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기획]ALT 차이나 시대2(종합)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수출로 먹고 산다.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 퍼스트 무버를 뒤쫒아 기술적 진보를 토대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하지만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패권 경쟁과 전쟁으로 국제 무역의 흐름이 바뀌었다. 제 1 수출국이었던 중국은 기술 경쟁국이 됐고 각국은 경제·자원·에너지를 안보 차원에서 접근한다. 세계 경제 지형이 요동치는 지금, 대한민국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머니투데이는 자원, 인력, 소득, 기술력 등 구체적 기준에 따라 개척 가능한 신시장을 조망하고자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현실적인 수출 위기 돌파구를 모색한다.

[르포]사막에서 키운 K-토마토…10배 비싸도 잘 팔린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아그로테크 비닐하우스에서 대저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아그로테크 비닐하우스에서 대저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사막 한가운데 설치된 비닐하우스. 한국에서 흔히 봤던 바로 한국식 비닐하우스다. 이 안에선 한국의 대저토마토가 자라고 있다. 두바이에 진출한 우리 기업 아그로테크가 재배하고 있는 토마토다.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UAE 순방 때 김건희 여사가 토마토를 맛본 곳도 여기다.

토마토 비닐하우스 옆엔 네트하우스도 있다. 네트하우스는 새와 곤충 침입 방지를 위해 촘촘한 방충망 형태 구조물로 만든 시설로 비닐하우스보다 저렴하다. 여기선 가지를 키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아그로테크 네트하우스에서 가지를 재배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있는 아그로테크 네트하우스에서 가지를 재배하고 있다./사진=최민경 기자
아그로테크는 2021년 UAE 현지에 농산물 생산기지를 구축했다. UAE의 '식량 안보' 위기감을 기회로 삼았다. 식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던 UAE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수입 농식품 물량이 급감하고 가격이 뛰자 UAE는 현지 식량 생산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확고히 한다. 'UAE 2030 아젠다'에 스마트팜 투자를 포함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노력 중이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인 만큼 현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은 비싸도 잘 팔린다. 이범진 아그로테크 UAE 법인 총괄 본부장은 "아그로테크가 현지 생산한 짭짤이토마토(대저토마토)는 일반 토마토보다 10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며 "특히 미네랄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고급호텔 식당 수요가 높다"고 설명했다.

아그로테크는 UAE 법인의 성과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케냐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사우디 기업과 합작법인을 만드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고 케냐에선 커피생산관리 계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국내외로 커피원두를 공급한다.

아직 UAE에서 작물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은 아그로테크가 거의 유일하다. 아그로테크가 UAE 스마트팜 시장을 개척할 수 있던 비결은 중간 수준의 기술인 '미드테크'의 현지화를 통해 생산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다.


아그로테크 두바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냉각수탱크와 비료탱크. 관수설비를 통해 작물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한다./사진=최민경 기자아그로테크 두바이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냉각수탱크와 비료탱크. 관수설비를 통해 작물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한다./사진=최민경 기자
한국 비닐하우스와 외관은 비슷하지만 UAE의 농작 난이도는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물 공급부터 난관이다. 물이 부족한 두바이는 바다에서 끌어와 담수화 과정을 거친 물을 공급해야 한다.

아그로테크 농장은 하우스 뒤편의 커다란 냉각수탱크 및 비료탱크와 연결된 관수시설이 각각의 묘목에 물과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5월 말 기온이 45도에 육박하기 때문에 팬을 돌려서 온도·습도도 조절해야 한다.

이 기술로 아그로테크는 현지 업체에 비해 물 60% 절감, 생산량 2배를 실현했다. 지금은 생산량 4배를 목표로 한다. 반면 컨테이너형 수직농장 등 스마트팜하면 떠오르는 높은 수준의 기술은 아직까진 가격 경쟁력과 생산성이 떨어지고 유지보수·관리에도 어려움이 많다.

이 본부장은 "기존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현지 실정에 맞지 않고 경제성이 낮아 자재 판매로 돌리거나 6개월 내 50%가 중단하는 실정"이라며 "진출하기 원하는 한국 스마트팜 기업은 생산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관리·기술인력과 노무자 양성도 신경 써야 한다"고 귀띔했다.

우리 기업의 UAE 시장 확대를 위해선 정부 역시 인력 양성 등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 본부장은 "타기업에 비해 규모에서 밀려 지원받는 데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며 "관리자급 인력 양성을 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인데 중소기업도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범진 아그로테크 UAE법인 총괄 본부장이 아그로테크 대저토마토 농장에서 과수용 유인끈과 집게 등 농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민경 기자이범진 아그로테크 UAE법인 총괄 본부장이 아그로테크 대저토마토 농장에서 과수용 유인끈과 집게 등 농자재를 한국에서 수입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민경 기자
세계 최고 UAM 시장 UAE서 열린다…韓기업도 '러브콜'
타렉 타하 두바이 퓨처랩 로보틱스 연구팀장/사진=최민경 기자타렉 타하 두바이 퓨처랩 로보틱스 연구팀장/사진=최민경 기자
글로벌 항공·물류 중심지인 아랍에미리트(UAE)는 '미래 모빌리티' 선진국을 꿈꾼다. 특히 도심항공교통(UAM) 실증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에 속한다. 우리 UAM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눈여겨보는 곳도 UAE다. UAE를 거점을 삼으면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 세계로 뻗어 나가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UAE 내부에 UAM 자체 수요가 워낙 많다. 관광이 발달하다보니 UAM을 통한 이동 수요가 상당하다. 80%에 달하는 이커머스 사용률은 드론 배송과 연결된다. 항상 공사와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건설 현장 시찰에도 UAM이 사용될 수 있다. UAE의 UAM 시장을 서둘러 잡아야 하는 이유다.

두바이 퓨처랩에선 UAE 두바이가 그리는 UAM 청사진, 우리 기업들의 시장 기회 요인 등을 살필 수 있었다. 두바이 퓨처랩은 두바이의 첨단기술 발전과 규제 등을 다루는 두바이 정부 연구기관이다. 주요 분야인 드론을 비롯해 자동화 시스템, 로봇, 인공지능(AI), 도시 발전 등을 연구한다.

타렉 타하(Tarek Taha) 두바이 퓨처랩 로보틱스연구팀장은 "두바이는 UAM 무인수송, 무인화물 등 무인 관리 분야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UAE 방문 때 한국과 UAM 협업 관련 논의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타하 팀장은 한국과 UAM 관련 협력 의사가 있는 분야로 △소프트웨어 △드론 하드웨어 △버티포트(수직이착륙장) 등 3가지를 꼽았다.

타하 팀장은 "GLS(GPS Landing System) 관련 기업, 드론 착륙 기술 관련 기업, 드론 배달 관련 기업 등 총 3개의 한국 UAM 기업을 만났다"며 "한국기업들은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으며 한화 등 해당 기업들과 협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논의 진행 속도는 빠르다. 타하 팀장은 "지난 5월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의 방문 당시 드론 배달을 위한 두바이 시내 지도 제작과 인프라 구축에 대해 논의했다"며 "두바이시, 현지 업체 등 협력할 수 있는 단체도 소개했다"고 밝혔다.

2020년 중동국가 최초로 UAM 프로젝트를 시작한 UAE는 2024년 에어택시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이 오는 8월 실증사업을 시작하고 2025년 상용화가 목표인 것을 감안하면 선도적인 시장이다.

타하 팀장은 "UAE 정부는 UAM 프로젝트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 정책 입안, 규제 완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며 "인증 절차도 1만 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우는 대신 2~3주의 비행으로 인증서를 발행하는 식으로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실증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서류 검토 후 요건을 충족하면 테스트베드인 두바이 실리콘 오아시스(DSO)에서 2주 간 테스트가 진행된다. UAM 기업이 드론 배달 등을 포함한 테스트를 받고 인증서를 발급받으면 현지 업체와 협력할 수 있다. 두바이 정부가 첨단 기술을 가진 드론 업체를 최종 사용자인 병원, 마트, 배달업체 등과 연결해주는 방식이다.

타하 팀장은 "지난해 두바이 내 한 기업을 테스트하고 검증했고 2개 기업과 6~7월쯤 DSO에서 추가 테스트를 할 예정"이라며 "실증에 참여할 한국 기업도 찾고 있다"고 밝혔다.

UAE, 韓 원전·로봇·드론 관심…'산학연' 협력 노려라
어니스토 다미아니(Ernesto Damiani) 칼리파대학교 교수/사진=최민경 기자어니스토 다미아니(Ernesto Damiani) 칼리파대학교 교수/사진=최민경 기자
"아랍에미리트(UAE)는 원전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디지털 트윈 기술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하고자 합니다. 소형모듈원전(SMR)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로봇 플랫폼과 드론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업하고 싶습니다."

UAE 칼리파대학교의 C2PS(사이버물리시스템연구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는 어니스토 다미아니 교수는 한국과 기술 협력을 강화할 분야로 △원전 △로봇 플랫폼 △드론 등을 꼽았다.

칼리파대학교는 UAE 국립대학으로 중동지역 최고 수준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실적을 보유한 곳이다. 2018년 현지에 카이스트와 공동연구센터를 설립하는 등 한국 대학과 협력도 꾸준하게 이어오고 있다.

다미아니 교수는 한국과 협력 계획 중에서도 원전 디지털 트윈 시스템 구축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디지털 트윈은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시스템을 만들어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이다. 발전소의 비상상태나 비정상 운전에 대비해 훈련하는 용도다.

다미아니 교수는 "UAE 원자력공사(ENEC)에서 승인되면 칼리파대학교와 카이스트가 디지털 트윈 기술 합동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카이스트가 연구 중인 기술을 현지화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칼리파대학교는 한국의 인공지능(AI) 관련 중소기업과도 협력을 계획 중이다. 다미아니 교수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용량이 큰 AI 모델을 압축해 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삼성 같은 글로벌 기업 외에 훌륭하고 경쟁력 있는 한국 중소기업에도 관심을 많이 갖고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술 협력은 상업적 성공과 이어진다. 이미 선례도 있다. UAE에 소형 인공위성 기술을 이전해준 국내 기업 쎄트렉아이가 대표적이다. UAE에 기술 이전과 함께 제품을 수출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도 절반을 넘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칼리파대학교/사진=최민경 기자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칼리파대학교/사진=최민경 기자
다미아니 교수는 UAE 진출의 필수요건으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는 "UAE 시장은 단순히 상업적 부분만 신경 쓰면 진출이 어렵다"며 "현지 기관과 협력하고 상생하는 것이 필수적이고 아무리 좋은 상품과 기술이 있더라도 파트너십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UAE를 지원하고 협력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현지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기업에 산·학·연 협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왕정 국가 특성상 우리와 달리 대학의 역할이 정부기관에 준할 정도로 강하기 때문이다. 칼리파대학교의 경우 UAE가 해외에서 최첨단 기술이나 제품을 수입할 때 기술을 평가·검증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다미아니 교수는 "칼리파대학교는 산업계와 학계 간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학교는 UAE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기업의 프로젝트를 학술적 관점으로 검토하고 승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UAE 정부는 다른 국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할 때 학교 측에 학계 파트너로서 참여하길 요청한다"며 "실질적인 파트너십을 수행하기 때문에 학교와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현지 진출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건희 여사도 놀란 그 곳…사막서 키운 K-토마토, 10배 비싸도 '대박'
중동 진출 원하지만 법·세무지식 부족…정부, '이것' 만든다
양기모 KOTRA 중동·아프리카 본부장/사진=최민경 기자양기모 KOTRA 중동·아프리카 본부장/사진=최민경 기자
"중동 법과 문화는 우리와 많이 달라서 합작법인(JV)을 세우면 조항 해석에 시시비비가 갈릴 수 있습니다. 법정에서 힘들어지고 나중에 돈도 못 받는 일이 생길 수 있어서 고충이 큽니다."

양기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중동·아프리카 본부장은 중동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애로사항으로 현지 법률 정보와 전문가가 부족하단 점을 꼽았다.

양 본부장은 "현지 법인을 세우기 전에 현지 상황을 잘 아는 변호사나 회계법인과 미리 준비를 했으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며 "중동 관련 법률이나 회계·세무 전문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이후에 꾸려진 한-중동 경제협력 민관추진위원회 실무지원단에서도 현지의 법률문제에 관한 고충을 호소가 많았다. 중동 국가별로 현지 법인 설립과 투자 진행을 위한 인허가 절차 등의 정보 제공이 필요하단 요청도 들어왔다.

정부 역시 현지 진출한 기업의 애로사항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동 거점 지역인 사우디와 UAE에 '중동 데스크'(Middle East Korean Advisory desk, MEKA)를 신설해 법률·회계·세무 등 정보·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MEKA는 중소기업처럼 현지 지사가 없는 회사를 위해 마케팅, 수출·투자 상담 등을 대행하는 지사화 사업과 중동진출 바우처 등 지원제도도 수행한다. KOTRA 내부에 설립할 가능성이 높으며 내년 신설이 목표다.

이외에도 현지 진출 기업들은 중동 지역의 일처리가 느린 것에 대해 고충이 많았는데 윤 대통령의 순방 이후로 계약 이행과 협력 속도가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양 본부장은 "대통령과 고위급 공무원들이 자주 방문하면서 현장에서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며 "KOTRA도 이를 계기로 비즈니스 상담회, 네트워킹 리셉션, 투자진출 설명회 등 행사를 마련하면서 기업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본부장은 중동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과거엔 수출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이는 자국인 고용, 산업 다각화 등을 원하는 현지에서 먹히지 않는 전략이란 것이다.

양 본부장은 "KOTRA에서 진행하던 수출 상담회 등의 명칭도 '파트너십'이 들어가는 이름으로 바꿨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롱런'하기 위해선 현지 기업·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윈윈'하는 전략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양기모 KOTRA 중동·아프리카 본부장/사진=최민경 기자양기모 KOTRA 중동·아프리카 본부장/사진=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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