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묵직한 스릴러가 주는 서늘한 쾌감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2023.06.2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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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니TV/사진=지니TV


지니TV '마당이 있는 집'(연출 정지현, 극본 지아니)은 스릴러의 본질에 집중한 작품이다. 완급조절 대신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다. 여러 장르를 조합하는 지금의 추세와는 정 반대의 흐름이다. '마당이 있는 집'은 의도적으로 한 장르에 집중하며 스릴러만이 줄 수 있는 서늘한 쾌감을 충실히 선사한다.

19일 첫 방송된 '마당이 있는 집'은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자가 만나 벌어지는 서스펜스 가정 스릴러 작품이다. 평화로운 가정을 꿈꾸는 아름다운 아내 문주란 역에는 김태희, 가난과 폭력에 시달리는 임산부 추상은 역에는 임지연이 출연한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마당이 있는 집'은 한눈 팔지 않고 정공법으로 스릴러 장르의 본질에 집중한다. 최근에는 스릴러 장르라 할지라도 로맨스,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는 다(多)장르 드라마가 대세인데 '마당이 있는 집'은 클래식한 스릴러의 쾌감을 오랜만에 경험하게 한다.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점, 다른 작품에 비해 비교적 러닝타임이 길지 않다는 점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렇게 한 장르에 집중하게 되면서 결과적으로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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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가 중요하다. 과도하게 들어가면 피로감을 줄 수 있고 반대로 느슨하게 풀어진다면 구미가 당기지 않기 때문이다. 극을 이끌어가는 김태희와 임지연은 이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다. 전작 '하이바이, 마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김태희는 3년 만에 돌아온 '마당이 있는 집'에서 더욱 숙성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정신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의 주란의 상태를 대사가 아닌 표정으로 드러내고 있다. 임지연은 가난과 가정폭력에 시달리지만,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용히 계략을 꾸미는 상은의 모습을 통해 전작 '더 글로리'의 박연진을 완전히 지워냈다. 사회적 약자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착하고 순진하지 않은 상은의 모습은 임지연의 노련한 연기를 통해 완성됐다.

두 사람의 주변을 둘러싼 인물들도 인상적이다. 주란의 남편 재호 역을 맡은 김성오와 아들 승재는 주란을 향한 아낌없는 애정을 드러내지만 어딘가 알 수 없는 의뭉스러운 모습을 잘 표현했다. 상은의 남편 윤범을 맡은 최재림은 너무나도 명확한 악역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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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초반 전개가 다소 느린 게 아쉽다. 지금까지는 등장인물들 각자의 행적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다보니 큰 줄기의 흐름이 더뎌졌다. 아직 2회 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지만, '마당이 있는 집'은 보통 16부작으로 제작되는 드라마와 달리 8부작에 불과하다. 전체 드라마의 4분의 1이 이미 지나간 셈이다.

또한 시청자가 마음을 붙일 캐릭터가 없다는 것도 약점이다. 재호와 승재는 물론 이상한 꿈을 계속해서 꾸는 주란과 남편이 죽은 뒤 남편을 따라 재호를 협박하는 상은까지 각자의 캐릭터가 하나씩 수상한 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이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짧은 분량의 영화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긴 호흡으로 계속되는 드라마에서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되려 시청자가 이탈할 우려도 있다.

'마당이 있는 집'은 1.1%의 시청률로 출발해 2화 1.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김태희와 임지연이 보여준 기대치에 비하면 약간은 아쉬운 출발이다. 다만, OTT 차트에서는 순위가 급상승했다. 특히 마니아적 취향이 강한 장르의 특성상 입소문을 탄다면 반전을 노릴 여지는 충분하다. 장르적 쾌감에 집중한 '마당이 있는 집'이 시청자들 마음을 사로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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