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중국향(向) 기술유출에 대해 이야기하다 쓴웃음을 지었다. 이 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한 연구원은 지난해 거액을 줄 테니 중국에 생산 기술을 넘길 것을 종용받았다고 했다. 연구원의 거절에도 중국 기업 직원이 여러 차례 찾아와 돈가방을 내밀었다. 해당 연구원 외에도 다른 기업 관계자들이 수차례 비슷한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반도체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중국 기업의 기술 유출 시도는 끈질기고, 집요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인에 대해 갖는 선입견인 '오만하고, 콧대가 높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모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고개를 숙이고 찾아와 한국 임직원들을 구슬린다. 거액의 보상금은 물론 자녀, 배우자의 학비와 생활비 지원까지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임직원들이 유혹에 넘어가기도 쉽다. 잠깐 눈을 질끈 감으면 10~20년치 연봉이 통장에 꽂힌다. 적발되더라도 사법부가 대부분 집행유예나 무죄를 선고한다. 안 할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렵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첨단산업특위에서 "일반 형사 사건 무죄율이 1%인데 기술 유출 범죄 무죄율은 19.3%로 20배나 더 높다"라고 지적할 정도다.
수도권의 한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기술 유출은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라고 말했다. 기업과 국민이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더 늦기 전에 솜방망이를 버려야 한다.
오진영 기자수첩 사진 /사진=오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