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에서도 크게 변하지 않은 에너지 정책 중 하나가 수소 정책이다. 청정수소를 중심으로 한 수소산업 정책은 정권 교체 이후에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을 비롯한 17개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지난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올호텔에서 H2서밋 2차 총회를 가졌다.
현대차와 SK·포스코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H2서밋의 이번 총회에는 창립 총회에 정의선 회장과 함께 주도적 역할을 했던 최태원 SK 회장은 불참했다. 최근 운동 중 아킬레스건 파열로 거동이 불편한 최 회장 대신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이 참석했다.
이날 2차 총회에는 정의선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외에도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정기선 HD 현대 사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손영장 한화파워시스템홀딩스 대표이사,이병수 삼성물산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그룹은 수소사회 대전환을 지지하고 있고 그룹차원에서 2045년 탄소중립달성 사업을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계획으로 올해 액화수소생산과 액화수소충전소를 위해 SK와 협력하고, 북미에서의 수소트랙터 공개와 2025년 넥쏘 후속차 등의 계획도 내놨다.
정 회장은 수소 투자와 관련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회원사들과 꾸준히 투자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수소분야에 대한 관심은 2018년 1월 전세계 내로라하는 IT 기업들이 참가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국제가전전시회(CES) 2018'에서 익히 볼 수 있었다. IT 기업 속으로 들어온 자동차 기업이 어색할 수도 있는 현장이었다.
당시 기자는 갑작스럽게 이 CES 현장에 출장을 가게 됐다. "반도체 이후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무엇인지를 찾아보자"는 본지 경영진들의 논의 끝에 이뤄진 것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차 SUV를 라스베이거스 CES에서 발표한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이뤄진 출장이었다.

이 책을 출간한 후 인편을 통해 정의선 회장에게 책과 함께 편지 한통을 보낸 적이 있다. 다가올 미래는 수소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고, 현대자동차의 넥쏘 출시로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새 영역을 개척하는 현대차의 의지를 담아 회사의 'H'로고는 이제 현대(HYUNDAI)의 'H'가 아니라 수소(Hydrogen)의 'H'로 인식될 수 있도록 수소분야에 노력을 당부했던 기억이다.
최태원 회장에게는 2021년 대한상의 회장이 된 후 '만화로 보는 반도체 이야기'라는 책과 함께 '수소사회' 책을 직접 전한 적이 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의 계열사를 둔 최 회장에게 화석연료의 쇠퇴 후 미래와 관련해 해외 사례 등이 담긴 이 책을 전했었다. 물론 최 회장은 화석연료 기반의 SK 사업들의 미래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고민들은 더 깊이 하고 있었다.
변화의 시기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쇼트트랙에서 앞주자를 앞지를 수 있는 구간은 주로 변곡점이 있는 코너 구간이다. 변화의 시기에는 혼란스럽고 그 때가 기회다.
삼성전자가 유럽의 노키아와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휴대폰과 TV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패러다임의 변화 시기에 제대로 된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가 발 빠르게 대응해 성공할 수 있었다.
에너지의 패러다임 변화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중동 등 석유재벌들이 지배하던 화석연료의 시대에서 수소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H2서밋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