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은 '물수능 우려' 진화… 수능 5개월 앞둔 교육계는 혼란

머니투데이 유효송 기자 2023.06.1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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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일인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일인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여고에서 학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이례적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방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교육계에선 오는 11월 16일로 예정된 2024학년도 수능 난도가 쉬워지는 이른바 '물수능'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이 거듭되면서 당장 5개월 가량 남은 올해 수능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교육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날 대통령실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 교육개혁 관련 업무보고를 한 뒤 언론 브리핑 및 참고자료를 통해 윤 대통령이 "(수능의 경우)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대통령실과 교육부는 몇시간 뒤 자료를 수정·배포하면서 발언 내용을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수능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며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다루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라고 정정했다.

이에 수능의 난도가 쉽게 출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자 대통령실에선 16일 진화에 나섰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전 서면 브리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을 얘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최근 수년간 이어진 '불수능' 논란을 사교육비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은 것으로 해석하며 사실상 '쉬운 수능'을 주문한 것으로 해석했다. 또 지난해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교육부가 이를 해결할 사교육 경감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공언을 한 바 있어, 올해 수능에선 EBS 연계 체감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국어 과목의 경우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통합수능 국어에서 결정적으로 변별력을 갈랐던 1~17번 독서 파트에서 과학기술과 경제, 국제 등 비문학 문제가 나왔는데 대통령실 메시지에 예시로 담겨 교과서 내용으로 흡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난해 국어와 수학 최고 표준점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문제가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문제는 이과의 '문과 침공' 현상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 수학이 145점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지며 문과 침공이 유독 부각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학에서 경쟁력 있는 이과생들이 서울 주요 대학의 문과 전공에 합격하기 수월해졌다는 평가다.


임 대표는 "지난해 과목간 격차로 수학에 유리한 이과생들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문제가 있었음에도 국어를 쉽게 내겠다는 메시지로 읽혀 평가원과 대통령실이 엇박자 정책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절대평가인 영어를 제외하고 국어에서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다면 수학에서 미적분 과목을 선택하는 쏠림 현상이 급속화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유웨이 이만기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난도를 좀 낮추라는 메시지이기 때문에 수능 출제기관에서는 올해 난도를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며 "EBS 교재와의 체감 연계율을 높이고 킬러 문항을 내지 않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그동안에는 국어같은 경우 EBS 교재에 지문이 나온 작품 중 다른 지문이 출제됐지만 앞으로는 EBS 교재의 지문이 그대로 출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대통령이 사교육 경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발언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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