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만에 재연된 돌발 하한가 사태, 금융당국 적극대응 합격점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3.06.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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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한국거래소, 돌발 하한가 5종목 전격 거래정지. 코스닥 투자심리 안정키시는 효과 거둬

지난 14일 오후12시를 전후로 비슷한 시간대에 하한가를 기록한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방림 종목에 대해 금융당국이 15일부터 해제 필요시까지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방림, 만호제강, 동일금속 3개 종목은 소수 계좌 거래 집중에 따른 투자주의 종목으로도 지정했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홍보관 모니터 모습. /사진=뉴시스.지난 14일 오후12시를 전후로 비슷한 시간대에 하한가를 기록한 동일산업, 만호제강, 대한방직, 동일금속, 방림 종목에 대해 금융당국이 15일부터 해제 필요시까지 매매 거래를 정지했다. 방림, 만호제강, 동일금속 3개 종목은 소수 계좌 거래 집중에 따른 투자주의 종목으로도 지정했다. 사진은 15일 서울 여의도 KRX한국거래소 홍보관 모니터 모습. /사진=뉴시스.


올해 4월 말 라덕연 일당이 연루된 SG증권발 주가폭락 게이트 여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5종목 주가가 돌연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금융당국이 다방면 개선책을 내놓고 연말까지 비상대응체계에 돌입한 와중에 대규모 주가조작 의혹이 또 다시 불거졌다. 연이은 사태에 당국의 대응이 시험대에 오른 셈인데 초기대응 측면에선 일단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폭락당일 해당 종목들의 거래를 일제히 정지시키며 시장에 미칠 파장을 줄였다. 15일 증시에서 코스닥 지수가 반등에 성공하는데 큰 힘이 됐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라덕연 사태 당시는 이 같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 종목들이 4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 직간접 피해자가 양산됐고 증시 투자심리도 극도로 불안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마진콜(레버리지 거래의 담보부족)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이 감내한 피해도 적잖았다. 적극적인 대응은 나쁘지 않았으나 이번 폭락사태의 분석과 사후조치와 관련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폭락 5종목 이날부터 '거래정지'… 배후지목 A씨 "황당한 루머"
두 달만에 재연된 돌발 하한가 사태, 금융당국 적극대응 합격점


15일 금융당국과 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한 동일산업 (43,100원 ▼100 -0.23%)방림 (2,110원 ▲20 +0.96%), 대한방직 (6,490원 ▼10 -0.15%), 동일금속 (9,300원 0.00%), 만호제강 (47,150원 ▲950 +2.06%)의 주식 거래가 이날부터 정지됐다. 동일금속(코스닥) 외 4종목은 코스피 상장사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5종목의 거래정지 기한을 정하지 않았다.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때까지 거래 정지를 유지하겠단 뜻이다.

또 거래소는 이들 종목에 불공정거래 풍문 등에 대한 사실 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는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동일금속과 방림, 만호제강은 소수계좌거래집중 사유로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일부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이뤄졌다는 뜻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5종목 주가 급락과 관련해 신속한 거래 질서 정립 및 투자자 보호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의심되는 종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혐의 적발 시에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는 금융감독원 기획조사국을 중심으로 착수했다. 주가폭락에 네이버 주식투자카페가 관여됐다는 의혹부터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주가조작 처벌 전력이 있는 주식투자카페 운영자 A씨를 이번 급락의 배후로 지목했다. 소액주주운동을 앞세운 A씨는 해당 카페에서 폭락 종목들에 대한 분석 글을 여러 차례 게재했다.

A씨는 이번 급락에 대해 라덕연 사태로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투자자들에게 대출금 상환을 요구하면서 대규모 반대매매가 벌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카페에 올린 글에서 자신의 자녀와 친인척들도 막대한 손실을 봤다며 주가폭락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본지는 A씨에게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받지 않았다.

"시장교란 세력과 전쟁" 선포한 금융당국, 3주 만에 시험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왼쪽부터)양석조 남부지검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왼쪽부터)양석조 남부지검장, 이복현 금감원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금융감독원.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거래소,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27일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를 열고 시장교란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4월 24일 8종목의 갑작스러운 폭락으로 시작된 라덕연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한 전방위적인 개선 조치에 돌입한 것이다. 주가조작 범죄 처벌 강화, 조사인력 확충, 차액결제거래(CFD)·전문투자자 제도 개선, 시장 감시 시스템 개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불과 3주 만에 유사 사례가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감독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금융당국은 전날 폭락 6시간 만에 5종목의 거래정지를 결정했다. 라덕연 사태 당시 연루 종목들에 별다른 시장 조치를 단행하지 않은 점과 비교하면 신속한 초기 대응이 이뤄졌다. 연말까지 가동하는 비상대응체계의 효력이 직접적으로 확인됐다는 평가다. 이번 급락 사태 조사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조사부서 간 주요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에 기반한 공동조사로 이뤄진다. 라덕연 사태 당시 불거졌던 금융위와 금감원 간 조사 주도권 갈등 논란이 재현될 여지를 차단했다.

다만 법령 개정이 이뤄져야 하는 주가조작 범죄 처벌 강화, 증권 범죄 리니언시 제도 도입, CFD·전문투자자 제도 개선 등 방안의 경우 당장 시행하기 어려운 한계점이 있다. 상시적인 조사인력 확충과 조사조직 개편 역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가 주가조작으로 드러날 경우 추가적인 시장 감시 시스템 개선 조치를 강구해야 할 수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가 급락과 주가조작 소문만으로 거래정지를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관계기관 간 공조 체계를 강화했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가 반영됐다"며 "현재는 필요한 인력을 조사부서로 임시적으로 끌어온 상황이다.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면서 유사 사건에 대해서도 철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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