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나빠요" 옛말?…실업급여 타려 '꾀병', 외국인 근로자의 배신

머니투데이 세종=오세중 기자, 세종=조규희 기자 2023.06.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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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일자리 '外人'시대(上)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에서 외국인 근로자는 이제 없으면 안 되는 존재가 됐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갈수록 증가한다. 중소기업과 농어촌에선 이미 주요 인력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대체 불가능한 노동력을 제공한다. 피할 수 없는 외국인 근로자 증가와 맞물려 최저임금 적용 배제와 인권 유린 문제 등이 대두된다. 머니투데이가 외국인 근로자 시대를 살펴본다.

"사장님, 나 아파요"…실업급여 타려 '꾀병' 부리는 외국인들
①韓 노동시장의 필수 축이 되고 있는 외국 근로자의 명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태국에서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기사내용과 무관./사진=뉴스1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태국에서 국내로 입국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기사내용과 무관./사진=뉴스1


#경기도 시화공단에 있는 금속판재 가공 업체 A대표는 호의를 베풀었던 외국인 근로자로부터 배신감을 느꼈다. 그는 한국어 강사를 매일 불러 1시간씩 외국인 근로자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육받는 1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들중 여러 명이 6개월만에 단체로 이직했다. A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적응을 돕겠다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위생용 원지 제조업을 하는 B대표는 외국인 근로자 '관리'가 가장 큰 고민거리다. 올해부터 외국인 노동자 고용보험이 100% 의무가입으로 바뀌면서 실업급여 수급을 악용하는 사례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입사 6개월이 지난 외국인 근로자들은 근무태만, 꾀병 등으로 고용주를 압박한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한 해고 유도 전술인 셈이다.

외국인 근로자는 한국 사회의 필수불가결한 인력 자원이다. 값싼 노동력, 적극적 구직 등 측면에서 볼 때 중소기업들에겐 매력적 인력이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하고 만성적인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 입장에선 외국인 인력이 없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4일 법무부 출입국 통계 현황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체류 외국인은 224만5912명이고 같은 해 기준으로 취업자격 체류외국인은 무려 44만9402명이다. 이는 전년 대비 16.3% 증가한 수치다.

내국인으로만 소화할 수 없는 노동시장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체 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미래의 생산가능 인구 감소가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외국 인력의 수요는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외국 인력이 한국사회에 긍정적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계에는 단비같은 존재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들의 행태로 난감한 상황도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한 여성기업인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커뮤니티도 발달하고 정보 교환이 많아지면서 교묘하게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안 그래도 매년 최저임금이 상승하고 사람 구하기도 어려워져 살아남기 힘든 상황인데 정말 고통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소기업에게 외국 근로자는 정말 필요한 노동력"이라면서도 "기업이 안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업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사출 업체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업장 이전을 요구하고 거절하면 꾀병을 부리며 일하지 않아 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답해했다.

자동차용 센서, 정밀기어 등을 생산하는 업체 대표도 "지년 11월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올해 초 친구들이 근무하는 사업장으로 옮기고 싶다며 보내달라고 요구해 거절했더니 무단결근을 자주 하고 일도 제대로 하지 않아 주의를 주자 노동청에서 고발장이 접수됐다"며 "조사를 받으러 가니 수당 지급이 명확하지 않다고 해 확인 후 전액 지급했는데 근로자와 같은 국적의 브로커로 보이는 사람이 근로자 계약 해지에 동의하라고 요구를 해왔다"고 황당해했다. 브로커까지 동원해 계약을 해지하는 이른바 '악질' 사례를 겪은 셈이다.

자료=중기중앙회 제공자료=중기중앙회 제공
문제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일탈 행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외국인 근로자 실태 중 사업장 변경 요청 관련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위해 계약 해지를 요구한 사례가 있었던 기업은 6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평균 3.7명이었으며 사업장 변경 요구 시점은 '입국 후 3개월 이내'가 25.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기업에 입사하자마자 여러가지 핑계로 사업장 변경 요청을 한 것이다.

특히 그 중 계약을 해지한 사례가 있었던 기업은 무려 96.8%로 계약을 해지한 외국인 근로자 수는 평균 3.5명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거의 모든 중소기업들이 외국인 근로자와의 계약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해지해 준 것이다.

또 만일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의 계약 해지 요구를 거절했을 때 외국인 근로자의 대응으로 '태업'이 33.3%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다음으로 '꾀병'(27.1%), '무단 결근'(25.0%)이 다음 순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중소기업인들은 부적절한 행위를 하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강제출국 △재입국시 감점 △체류 기간 단축 등의 불이익을 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최소 근무기간 설정 △사업자 변경을 하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선 '체류 기간 연장' △재입국시 가산 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행태에 대해 중소기업들의 피로감이 크게 누적된 것으로 보인다"며 "불가피한 사유가 없음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사업장 변경을 시도할 때 사업자에게도 최소한의 대응 장치는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남아 이모님, 최저임금보다 싸게"…외국인 근로자 고용 '모순'
②고용노동부 정책 살펴보니...

외국인 노동력은 저출산과 경제활동 인구 감소가 확연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자동화, 기계화로 인력 부족분을 메꾸고 있는 실정이지만 여전히 현장에는 '사람'이 필요하다.

하지만 '인력난 해소'와 '비용 절감'의 모순된 조건을 외국인 근로자에게 기대한다. 자칫 국제사회의 비난과 각종 제소 등 '노동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거주 외국인 경제활동 인구는 87만9000명이다. 이중 취업자가 84만3000명 수준으로 거의 대다수 외국인이 한국에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COVID-19) 시대, 더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한국을 찾는다. 고용부에 따르면 비전문취업비자(E-9)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은 지난 5월 기준 21만8659명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2월(22만3058명) 정점을 찍은 이후 2021년 12월 15만명선까지 주저앉았다가 지난해 12월 20만명선을 회복한 뒤 증가 흐름이다.

이들의 임금은 수준은 한국인 근로자와 비슷하다. 통계청과 법무부의 '2022년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경우, '비슷한 일을 하는 한국인 근로자와 근로시간별 임금 수준'이 △매우 많음 3.6% △약간 많음 13% △비슷함 75.3% △약간 적음 4.2% △매우 적음 0.8%로 조사됐다.

비전문취업비자(E-9)로 입국한 외국인의 임금 수준은 지난해 말 입국자 20만명 기준 △100만원 미만 200명 △100만원 이상 ~ 200만원 미만 1만6100명 △200만원 이상 ~ 300만원 미만 13만9500명 △300만원 이상 5만3400명이다. 지난해 최저시급 9620원 기준, 하루 8시간 주5일로 월 근로시간을 적용하면 201만580원이 평균 월급이다.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해 산업·서비스 현장의 인력 부족분을 채우자는 말은 현실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최근 '외국인 가사 근로자' 도입을 앞두고 관련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저출산 해법과 맞벌이 부부의 육아 조력, 경력단절 여성 지원 차원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을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펼치자는 주장이다. '영어가 가능한 외국인 도우미를 값싸게 고용해 아이 교육에도 도움이 되면서 맞벌이 부부가 각자의 사회 활동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정부는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E-9 비자에 포함하는 한편 이들의 관리를 가사 서비스 인증 기관을 통해 시범 방식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방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인증기관은 근로자 교육, 체류 관리, 서비스 품질 관리, 근로자 고충 해소, 근무 상 발생한 파손 처리 등의 업무 영역을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1일 오후,경기도 포천시 시설작물재배 농가를 방문, 외국인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사진=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1일 오후,경기도 포천시 시설작물재배 농가를 방문, 외국인 근로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사진=뉴스1
문제는 임금 수준이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겐 '최저임금법' 적용을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안 발의 취지가 저임금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을 통해 맞벌이 가정의 가사 부담을 덜고, 저출생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것이다.

실제 해외에서 저비용으로 육아와 가사 도우미의 혜택을 받은 이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관점에서 저출생과 경력단절 회복, 맞벌이 부부를 위한 '극약처방'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자국민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숨 쉴 틈'을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이같은 방향성은 국제사회에서 '노동' 리스크를 불러올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기본적으로 최저임금 보장 등 외국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통상 전문가는 "국가간 FTA(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때 기본적으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 금지 조항을 명시하고 있다"며 "최저임금에서 특정 국가 근로자를 배제하면 상대국으로부터 상당히 많은 제소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행 최저임금법 7조는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사람 △그 밖에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사람에 한해 최저임금 적용 제외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다른 국가 근로자의 임금과 생활 수준이 국내 상황과 다르다는 이유로 해당 법 조항을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는 또다른 논란거리를 제공한다.

외국인 가사 근로자를 보내는 각국과의 협상도 난제다. 우리 정부는 빠르면 이달 말까지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관련 시범 사업과 관련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책 수립 후 각국과의 본격적인 협상과 교섭이 이어지는 데 상대국이 '최저임금 적용 배제'라는 불평등 조건을 수용할 지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개방적이면서도 사회 통합 요소를 고려하며 장기적인 안목의 외국인 고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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