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PADO /사진제공=Stanford University Press
기존의 군사 개념인 EBO(효과 기반 작전), ONA(작전적 실체평가), SoSA(복합체계분석)은 모두 예측 가능성이 높은 비교적 안정적인 세계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매티스 장군은 21세기의 전쟁이 불확실성·변동성·혼란·혼돈으로 가득 차 있어, 더이상 이러한 개념이 전쟁의 미래를 다루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미 1년 전에 이 개념을 폐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당시 그는 이렇게 썼다. "EBO, ONA, SoSA와 관련된 기본 원칙은 근본적 결함을 갖고 있다. 때문에 우리의 어휘와 훈련, 작전에서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군을 괴롭혀온 문제의 해법도 찾아냈다. 그는 '디자인'과 '창의성', 그리고 실제로 '창의적 상상력'을 미군 교리의 주도적 개념으로 제시했다. 예술과 미학의 세계에서 가져온 아이디어로 무장한다면 장교와 병사들이 현대전의 복잡성을 극복할 능력을 보다 수월하게 갖출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문학과 영화, 게임은 지난 20년간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그 활용 분야를 넓혔다. 요즘에는 군사 훈련 및 군사 작전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과 국방부 연구 협력 기관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로지 연구소'(ICT)가 이 분야를 주도한다. 연구소는 자신들의 사명이 "영화 및 게임 업계 아티스트와 컴퓨터 및 사회 과학자가 함께 군사 훈련과 헬스 테라피, 교육 등을 위한 몰입형 매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창의적 상상과 첨단 군사 기술의 독특한 조합을 통해 ICT는 미군이 후원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성장 산업 최전선에 섰다. 한편 매티스 장군의 창의성 강조는 예술성과 기교, 심지어 천재성 같은 낭만주의적인 관념이 가득한 '밀리터리 디자인' 이론의 성장에 기여했다. 밀리터리 디자인 워크샵에 참가하면 전차나 전술 이야기 보다 렘브란트나 모차르트 이야기를 더 많이 듣기도 한다.
나는 나의 새로운 책 '전쟁의 미학: 전쟁은 어떻게 예술 형식이 되었나'에서 21세기 미학의 군사화가 가진 역사적 기원을 추적해 이에 답하려 했다. 이 책은 점성술사와 철학자, 발명가, 문학 작가, 군사 이론가는 물론 천궁도, 워게임, 합성훈련환경과 가상 군사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 기술을 망라하는 매혹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역사를 다룬다. 이를 통해 어떻게 창의적 상상력과 미학적 개념이 19세기에 접어들면서 전쟁의 필수 요소가 되었는지, 그리고 오늘날 군사 훈련 및 군사 이론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것보다 더 음산한 미학에 관한 이야기를 발굴해, 군사 기관이 어떻게 창의적 상상력의 힘을 빌려 여러 가지 폭력적인 미래를 발명하고 구성하고 관리해왔는지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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