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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푸아 뉴기니가 왜?
이 직전 일본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정상회의에는 한국 등 8개 비회원국이 초청받았다. 이중에는 코모로(아프리카), 쿡 제도(태평양)도 인도, 브라질 같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회원국도 있었다.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개도국)와의 관계 강화는 이번 G7 정상회의의 주요 목표였다.
글로벌 사우스는 미국, 중국 어느 한 쪽에 줄 서기를 꺼린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목소리를 내고 선택을 하려 한다. 팬데믹 시기 백신 공유가 원활하지 않았던 데 대한 불만이 있고,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위기를 겪는 태평양 섬 나라들은 환경 훼손을 먼저 했던 선진국에 대한 비판 의식이 있다. 또 글로벌 사우스의 많은 나라들은 서방에 의해 지배됐던 아픔도 있다. 알렉산더 스터브 전 핀란드 총리는 이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립적인 데 대해 "이들은 '우리에게 주권에 대해 강의하지 말라. 식민지 시대에 너희들이 한 일을 보라'는 입장"이라고 유로뉴스에서 말했다.
글로벌 사우스의 위상이 커지고 있는 것은 경제력에서도 보인다. 세계 인구 10% 정도인 G7의 세계 GDP(국내총생산) 내 비중은 1980년 50.7%에서 올해 29.9%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국제통화기금(IMF) 추정) 반면 브릭스는 이들보다 앞서 30%를 넘길 전망이다. 브릭스 인구는 세계 40%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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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인 변화에 따라 서방 내에서도 스스로 달라지자는 의견이 이어진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3월 기사에서 미국이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고 과거처럼 압력을 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는 지난달 24일 G7에 대해 "(이제) 세계를 경영할 순 없다. 협력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싱크탱크 ECFR(유럽 외교관계 협의회)의 테오도르 머피 아프리카 프로그램 국장은 지난달 18일 유럽이 미국도 중국도 아닌 '제 3의 길'을 가기 위해 글로벌 사우스와 공통의 명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행동 변화도 감지된다.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디커플링보다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화)"이라면서 중국과 무역 등 함께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이제 미국도 '디리스킹'이라는 표현을 쓴다. 지지 세력을 키우기 위한 변화로 보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달 15일 "어떤 국제 질서도 세계의 다극성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갈등의 시대에 거대 국가를 중심으로 경직된 대립 소식이 많이 들리지만, 한편에선 각국의 명분에 따라 유연한 행보를 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 게 요즘 세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