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만 68회, 자궁내막암 못 찾았는데 합헌? 한의사 기기 사용 안 돼"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06.0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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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한의사협회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이정근 상근부회장

#. 여성 A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으로 진단받은 후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자 2010년 3월, '자궁·난소 치료 전문'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해당 한의원을 찾아갔다. 그 한의원에서 A씨는 2012년 6월까지 초음파 검사를 68회 받으며 한약을 지어 먹었다. 이후 2012년 7월 초 산부인과를 찾아간 A씨는 초음파 검사에서 "덩어리가 보이므로 큰 병원에 가보라"는 소견을 들었고, 결국 서울시보라매병원에서 조직검사를 받고 '자궁내막암 2기'로 진단받았다.

A씨가 처음 진단받은 자궁내막증식증은 생리주기에 따라 주기적으로 변화해야 할 자궁내막이 지속적인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의 자극으로 자궁내막이 과다하게 증식하는 질환이다. 자궁내막증식증을 방치하면 자궁내막 세포가 기형적으로 변해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 세포 상태에 따라 약물요법이나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A씨는 한방에만 의존했고, 결국 자궁내막암이 2기까지 진행해서야 뒤늦게 후회했다.



A씨가 해당 한의사 B씨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합헌 취지로 판결하자 대한한의사협회는 "현대 진단기기 사용에 대해 한의사에게 채워져 있던 족쇄를 풀 단초가 됐다"며 환영했지만,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비상식적인 판결"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한의사가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게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합헌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의협은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기기 사용이 합법이라는 판결은 의료인 면허제도의 존재 의미를 부정한 처사이자, 국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줄 것이 자명하다"며 항의문을 냈다. 이후 의협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서양의학에서의 진단용 장비는 의사만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기준을 강하게 못 박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김교웅(정형외과 전문의) 한방대책특별위원장과 이정근(외과 전문의) 상근부회장에게서 의협의 입장과 계획을 들었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사진 왼쪽) 상근부회장과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이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기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에 대해  설명하며, 한의사들이 서양의학의 장비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대한의사협회 이정근(사진 왼쪽) 상근부회장과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이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기기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에 대해 설명하며, 한의사들이 서양의학의 장비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Q. 최종 공판이 남았는데,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이정근 상근부회장 "최종 공판은 오는 22일 오후 4시 30분 열릴 예정이다. 의협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 담당 검사 측이 최근 피해 환자와 연락됐는데, 아직도 암을 앓고 있다고 한다. 앞서 담당 한의사는 의료법 제27조 1항(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금지조항) 위반으로 기소됐고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벌금 80만원)이 각각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대법원에서 지난해 12월 서울고법으로 파기 환송했다는 건 사실상 '무죄 취지'로 삼은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활용했다"면서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당화했다.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하면 처벌한다는 규정이 의료법에 없다는 점,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를 적용·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한 것도 사실 '무죄로 그냥 이건 풀어주라'는 식으로 내려온 것이다 보니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검사도, 우리 의료계도 (유죄 취지로) 노력해왔지만 쉽지는 않다 보니 환자분이 연락을 준다면 환자의 허락하에 대국민 기자회견이라도 열고 싶다. 환자는 이미 몸뿐 아니라 마음을 다쳤다. 환자가 응해준다면 다음엔 이 같은 피해 환자가 또 생기지 않도록 함께 대응하고 싶다."

Q.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왜 위험하다고 보는가?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반초음파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도 해당 한의원에서는 2년이 넘는 추적관찰 기간에 단 한 번도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환자에게 알리지 않았다. 또 암이 의심되니 산부인과 진단을 받아보라는 진료 의뢰조차 하지 않았다. 초음파 검사를 2년간 68회로, 한 달 평균 3회가량이나 시행했다. 그런데도 해당 한의사는 자궁내막증식증이 자궁내막암 2기까지 진행했던 마지막 68회차 때도 '이상하다'는 낌새를 찾지도 못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환자 본인이 이상하다고 느껴 스스로 산부인과를 찾아갔다고 한다. 의료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중요한 행위다. 의료는 과학적으로 안전성·유효성·효과성이 입증된 방법으로 필요에 따라 정확하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무자격자와 무면허자가 제대로 된 교육이나 경험 없이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의과대학에선 의대에 다니는 4년 내내 초음파 진단법을 배운다. 특히 방사선사·내과·외과 등 세부 전공에 따라 보는 초음파로 부위가 다른데, 외과 전문의는 대장 항문 초음파, 간·담도 초음파 등을 담당한다. 예컨대 외과가 아닌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간·담도를 초음파로 봐달라 해도 자신의 분야가 아니면 볼 수 없으므로 외과에 의뢰하는 게 맞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선 해당 진료과에 의뢰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한의사들은 초음파 기기 등 현대 의학 장비의 사용법 전문가가 없을뿐더러 서양의학에서 배우지도 못한다. 최근 모 대학 한방병원 교수가 내놓은 연구자료에 따르면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 결과지를 한방병원 대학교수조차 오진했다는 게 명확히 드러났다."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그렇다. 해당 대학 한방병원 교수가 3500만원 연구비를 지원받아 한의사 국가시험 개선안을 연구한 결과를 보고 경악했다. 해당 교수는 문제에서 "80세 남성 환자의 구토 증세와 심전도·뇌 CT 결과를 보여주며 이럴 때 어떤 한약을 쓰는 게 좋을지"에 관해 물었다. 이 문제의 출제 의도는 중풍(뇌졸중)에 사용하는 한약(청폐사간탕)을 물은 것이었다. 하지만 해당 환자 사진은 영상학회의 것으로, 해당 교수가 구글에서 갖다 쓴 것이었고, 심지어 이 질환은 60대 여성의 뇌 CT 사진이었는데 뇌졸중이 아닌 교모세포종이라는 뇌종양이었다."

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진단 보조용으로도 사용해선 안 되며, 환자를 해당 의과 영역의 진료과에 의뢰해 검사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심교 기자김교웅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장은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진단 보조용으로도 사용해선 안 되며, 환자를 해당 의과 영역의 진료과에 의뢰해 검사 받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Q. 한방에선 최근 현대화와 과학화를 추구하는데.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400년 된 한의학이 가진 우수한 점도 물론 있다. 양도락기(경락 진단기), 맥진기(맥을 짚는 기기)처럼 전통 한의학의 장점을 과학화하는 건 지지한다. 하지만 초음파 기기 같은 서양의학의 장비를 따라서 사용해 서양의학을 흉내만 내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전통 한의학의 장점이 사라질 것이다."

이정근 상근부회장 "앞서 언급한 출제 결과만 봐도 한방에서 현대 의학의 진단 기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의대생이라면 누구나 뇌 CT 사진만 봐도 이 환자의 병명이 뇌졸중이 아닌 뇌종양일 것이라고 의심할 것이다. 뇌 양쪽 실질 모양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최소한 뇌졸중 같은 뇌혈관 질환 문제가 아니겠다고 여길 것이다. 그 정도로 이 CT 검사 결과지를 의대생은 너무 쉽게 판독할 수 있는 정도다. 하지만 한의대생이 아닌 한의대 교수가 그런 사진을 뇌졸중 예시 사진으로 내놨다는 건 한의사들이 서양의학의 검사 결과 판독을 할 줄 모른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의과 영역은 한의학과 근본 원리부터 다르며, 따라서 향후에도 의과 영역과 한의학 간의 진단법을 교류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사진=정심교 기자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의과 영역은 한의학과 근본 원리부터 다르며, 따라서 향후에도 의과 영역과 한의학 간의 진단법을 교류할 이유도, 계획도 없다"고 못 박았다. /사진=정심교 기자
Q. 한방과 양방이 교류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나?
이정근 상근부회장 "한방에선 우리를 '양방'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의과 영역'이라고 정의한다. 이번에 대법원에서 한의사가 진료 보조 수단으로 의과 영역의 장비를 활용하는 건 합헌이라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는데, 그렇다면 거꾸로 의과 영역에서 만약 진료 보조 수단으로 침을 놓는다고 하면 무죄가 될 수 있다는 걸까? 만약 무죄라 해도 의과 영역에선 침을 놓지 않을 것이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근본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법상 의사와 한의사의 면허도 다르다. 만약 한의사들이 초음파 진단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의사들에게 의뢰한다 해도 가르쳐줄 생각이 없다."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장 "한방에서는 자궁내막증식증을 '기체 혈어 자궁 질환'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의과 영역' 즉 서양의학에선 자궁내막증식증이 있을 때 의대생은 산부인과 초음파 검사상 이런 모양이 나타난다는 것을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배우지만, 한의사 대부분은 초음파 진단법을 의과대학 교수가 아닌, 인터넷에서 배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의과 영역과 한의학은 근본적으로 이론이 다르다. 한의사가 한의원에 온 환자 가운데 산부인과 중증질환으로 의심이 들어 정확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여긴다면 의과 영역의 산부인과에 진료를 의뢰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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