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사기', 사진제공=tvN
‘이로운 사기’는 공감불능 사기꾼과 과공감 변호사,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절대 악과 맞서는 복수극이자 짜릿한 공조 사기극이다. 지난 6일 4회까지 방송을 마친 ‘이로운 사기’는 또 한 편의 성공적인 복수극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물론 16부작 드라마에서 1~4회는 시청자가 캐릭터와 이야기가 펼쳐지는 배경을 이해하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품을 정도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앞으로 남은 수많은 난관을 잘 헤쳐나가야지만 성공한 복수극으로 시청자의 뇌리에 남을 테다. 하지만 시작은 일단, 성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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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능력 없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대를 이용할 기회를 찾는다는데, 로움에게 있어 무영은 이보다 더 알맞을 수 없는 상대였다. 이에 로움은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무영의 마음을 이용, 그에게 국가배상 청구소송을 맡긴다. 여기까지만 보면 로움이 이끄는 대로 무영이 놀아나는 뻔한 그림이 그려지지만, 예상과는 달리 무영은 앞선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통해 로움의 속내를 쉽게 간파한다. 또 로움의 부모 사망 사건에 진범이든 공범이든 제3의 인물이 얽혀있을 것이라 짐작한 무영은 로움이 의뢰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변호도 일시적으로 보류해 배상금 지급을 미루고, 이 사건을 제대로 파헤쳐 보기로 결심한다. 로움은 무영이 제 뒤통수를 때렸다며 그에게 해고를 통보하지만, 무영은 그에게 “내가 한 모든 선택은 이로움 때문이었다”는 말로 이유를 대신한다.
천의 얼굴을 가진 공감불능 천재 사기꾼 이로움 역은 배우 천우희가 연기한다. 그는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 ‘써니’를 비롯해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버티고’ ‘메기’ ‘곡성’ ‘해어화’ ‘한공주’, 드라마 ‘멜로가 체질’ 등등 만나는 작품, 캐릭터마다 각각의 캐릭터에 녹아들어 전혀 다른 사람, 전혀 다른 얼굴로 관객과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번 드라마에서는 천재 사기꾼 이로운의 능력치를 넘나들며 매 장면마다 사기 같은 연기력을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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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표현이지만 요즘 들어 ‘연기를 믿고 보는 배우’의 조합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던 드라마 판에서 모처럼 연기로 흠잡을 곳 없는 드라마를 만난 기분이다. 여기에 익숙한 천재 사기꾼 캐릭터에 남의 약점을 이용하는 데 타고난, 감정이 결여된 인물이란 설정을 더하고, 드라마마다 꼭 등장한 것만 같은 변호사는 타인의 감정에 (이보다 더 쉽고 깊게) 동조하는 인물로 만들었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알고 있는 것 이상의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마치 아는 맛이라 믿고 먹은 음식에서 상상 이상의 ‘미미(美味)’를 만나는 기분을 선사한다.
사실 ‘이로운 사기’는 여느 복수극들과는 달리 시청률 면에서 아직 이렇다 할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첫 화(4.6%, 전국 가구 기준 평균, 닐슨코리아 제공, 이하 동일)가 기록한 자체 최고 시청률을 4회(4.3%)까지 새로 쓰지 못한 상황. 하지만 슬슬 타기 시작한 입소문 바람이 어디까지 이어질는지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쉬운 상대인 줄 알았건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남자가 그를 선택한 여자의 앞날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는지, 이들이 펼쳐갈 색다른 복수극에 기대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