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만든 불닭·짜파구리…"이렇게도 먹네" 기업이 배운다

머니투데이 유예림 기자 2023.06.03 16:10
글자크기
인스타그램에 ‘순두부 열라면’을 검색하니 관련 게시물 1만건이 나왔다./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인스타그램에 ‘순두부 열라면’을 검색하니 관련 게시물 1만건이 나왔다./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먹는 이른바 '모디슈머' 열풍에 따라 업계는 이들의 취향을 고려한 신제품을 내놓고 관련 시장은 커지고 있다. 모디슈머는 modify(수정하다)와 consumer(소비자)를 합친 말로, 새로운 방법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이다.

모디슈머 트렌드는 음식 분야에서 활발하다. 조리법을 원하는 대로 바꿔 만들거나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새로운 레시피를 찾아보기 쉽기 때문이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라면과 소스, 주류 제품군에서 소비자의 레시피를 반영한 신제품이나 역으로 소비자가 상품을 레시피에 활용할 수 있는 상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업계는 평소 즐기던 레시피를 토대로 상품이 나오면 출시를 원했던 소비자를 충성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모디슈머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팀이나 마케팅팀에서 SNS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입소문을 유도할 수 있는 제품을 항상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대표 제품인 불닭볶음면을 바탕으로 한 불닭 소스를 내놓고 있다. 이번 달 '불닭 치폴레마요'라는 소스를 출시하며 까르보·마요·스리라차 등 불닭 소스 종류를 늘려가고 있다. 최근 블랙핑크의 로제가 가방 속 소지품을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에서 스틱형 불닭 소스를 보여주며 모든 음식에 넣어 먹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진제공=삼양식품/사진제공=삼양식품
앞서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의 액상 수프를 따로 판매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청이 이어지자, 불닭 소스를 정식 제품으로 출시한 바 있다. 기업들은 모디슈머가 불닭 소스처럼 새로운 조리법을 만들어 공유하면 자연스레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양식품의 지난해 소스·조미 소재 매출액은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모디슈머 열풍의 원조 격인 '짜파구리'를 시작으로 라면에서도 소비자들이 만든 레시피들이 알려지고 있다. 최근 농심은 '불구리'의 상표 출원을 신청했다. 불구리는 방탄소년단 정국이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과 농심의 너구리를 합쳐서 먹는 레시피를 공개한 뒤 인기를 끌었다.

오뚜기의 열라면은 모디슈머의 레시피 덕에 진라면, 진짬뽕에 이은 스테디셀러가 됐다.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먹는 레시피가 SNS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오뚜기 측도 순두부 열라면의 기원을 찾기도 했다. 오뚜기 관계자는 "순두부 열라면 레시피의 유래를 찾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를 찾아봤는데 2017년쯤 트위터에서 누군가 레시피를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은 술에도 기호에 맞게 각종 재료를 추가해 레시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소주나 위스키 등에 토닉워터를 넣어 마시는 게 대표적이다. 국내 토닉워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하이트진로음료의 진로토닉워터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6%, 지난해 매출 전년 대비 87% 증가하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진로토닉홍차는 출시 5개월 만에 350만병이 팔리며 토닉워터 시리즈 중에서 최단기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개그맨 박나래가 위스키에 토닉워터와 얼그레이 시럽을 넣어 만든 얼그레이 하이볼 레시피도 인기를 끌며 식당 메뉴로 등장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가 생각해 낸 음식이 실제 출시된 경우가 많다"며 "기업은 소비자 사이에서 검증된 레시피로 제품을 만들어 개발 비용을 줄이고, 상품 출시 초기 주목도를 높여 마케팅 측면에서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