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브랜드 슬로건 수난사[우보세]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2023.05.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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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지난 2월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 설치돼있던 '아이서울유(I·SEOUL·U)'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사진=뉴시스지난 2월 서울 용산구 노들섬에 설치돼있던 '아이서울유(I·SEOUL·U)' 조형물이 철거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임 시장 시절 만든) 아이·서울·유(I·SEOUL·U)의 경우 내용이 애매모호하다는 비판이 많다. 서울을 금융허브와 관광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선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가 담긴 슬로건이 있어야 한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의 브랜드 슬로건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시 브랜드 관련 부서는 곧바로 신규 브랜드 슬로건 개발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8월 공모를 통해 '서울의 진정한 가치' 찾기부터 나섰다. 시민들과 외국인 등은 서울을 상징하는 키워드로 꿈과 미래, 감성도시 등을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서울의 핵심가치를 △희망을 주는 도시(Inspiring) △ 조화되는 도시 (Balance) △새로움을 탄생시키는 기반이 되는 도시(Platform) △국제 경제도시(Globality)로 잡았다. 이후 전문 자문단의 평가와 종합분석, 시정비전 및 가치와의 종합적 검토, 브랜드 슬로건 선호도 조사 등을 거쳐 새 브랜드 슬로건 '서울 마이 소울(Seoul, my soul·내 마음은 서울)'이 결정됐다.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숙고를 거쳐 결정했지만 새 브랜드 슬로건을 둘러싼 갑론을박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새 디자인은 관련 부서에서 자체 개발해 투표에 부쳤다. 하지만 신선하지도 않고 특정 브랜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 시장이 '디자인 서울'을 강조해온 만큼 시민들의 평가도 엄격해졌다.
서울시 새 브랜드 디자인 최종 후보 4개안./사진제공=서울시서울시 새 브랜드 디자인 최종 후보 4개안./사진제공=서울시
이에 시도 유연성을 보이며 기민하게 움직였다. 기존 디자인에 대한 선호도 조사와 함께 시민들이 직접 제안한 시안을 접수받기로 했다. 본인 창작물뿐 아니라 기존 4개 후보안을 수정·보완해 제안할 수도 있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반영한기 위한 것이다.



서울 브랜드 슬로건의 개발 수난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이명박 시장 재임 시절 처음 도입한 '하이 서울(Hi Seoul)'은 철학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고, '아이·서울·유'는 외국인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들었다.

'서울 마이 소울'은 서울의 매력과 가치를 따뜻한 감성으로 표현했다는 평가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 슬로건에 모든 정체성을 짧은 문장으로 담기는 힘들다. 과거 오 시장은 "브랜드는 2% 부족하다 느낄 때 이를 꽉 깨물고, 참고, 바꾸지 않고 3대를 내려가면 정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오 시장은 2006년 재임 땐 '하이 서울'에 '소울 오브 아시아(Soul of Asia)'를 서브 슬로건으로만 추가했다. '서울 마이 소울'이 미국 뉴욕을 상징하는 '아이 러브 뉴욕(I♥NY)'처럼 오래 살아남아 서울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도시 브랜드'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서울의 한 마을버스에 부착된 과거 서울시 브랜드./사진=기성훈 기자서울의 한 마을버스에 부착된 과거 서울시 브랜드./사진=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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