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판촉행사 관련 심사 지침, 내년 본격 적용...유통업체 주도 할인행사 어려워
유통업체들이 적극적으로 가격 할인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배경에는 공정위가 2019년 제정한 판촉행사 심사 지침이 있다. 대규모 유통업체가 판촉비를 50% 이상 분담하라는 것이 골자다. 가격 할인분도 법상 판촉비에 포함된다. 인터넷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이 입점업체들에게 세일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까지는 예전처럼 판촉행사가 가능하지만 유통업체들은 논란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 안간힘이다. 유통업체가 행사 기간을 공지하면 브랜드들이 자발적으로 참여 신청을 하거나, 가격 할인 문구 등은 가급적 피해 홍보하는 식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세일이든 페스타든 특정 단어가 문제는 아니"라면서도 "유통업체가 주도해 가격 할인 분위기를 조성한 듯한 표현을 쓰기 부담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관계자는 "기존에도 백화점은 세일 기간 동안 수수료율을 1% 인하하고 e커머스는 할인 쿠폰 및 카드 할인 비용을 일부 부담했다"며 "거래 중개 유통업체가 직매입처럼 판촉비를 부담하게 되면 적자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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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브랜드는 소비자 노출 기회 적어져대형 브랜드의 경우 큰 타격은 없는 상황이다. 자체 온라인몰을 강화하고 있어 대형 유통업체의 할인 행사에 기댈 필요가 없는 데다 생산 방식도 변화해 재고를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고 있어서다.
반면 해외 공장에서 저렴하게 생산해 중저가에 대량 판매하던 중소 브랜드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해외 공장에 위탁 생산을 맡겨 백화점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수개월 전부터 생산계획을 짜야 한다. 내년 봄 신상품을 올해 9~10월에 발주해 내년 1월에 받아 진열하는 식이다. 해당 시즌의 날씨, 소비자 호응 등에 따라 정상가 판매 후 재고는 정기 세일을 통해 소진해왔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이 세일 홍보에 소극적으로 변하면서 재고 소진이 힘겨워지고 있다. 이를 우려해 주문량을 줄이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한 중소 브랜드 관계자는 "고가의 브랜드들은 애초에 노세일 전략인 경우가 많아 할인 행사 축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아쉬운대로 직접 세일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분위기를 조성해 소비자들을 모집시켜주던 과거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