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실내골프장. 안내데스크에 레슨비 명목으로 결제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수증 뭉텅이가 놓여 있다. 이곳은 주가조작 일당의 창구로 활용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사진=김창현 기자.
◇설립·폐업 반복한 라덕연… 수년간 '미등록 투자일임' 펼쳤나
라 대표는 '호안스탁'이라는 명칭을 내세운 홈페이지를 열고 주식과 선물·옵션 투자 방송 사업을 펼쳤다. 2019년 3월에는 인천에서 자산주 투자와 관련한 오프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이때부터 투자자들의 주식계좌를 맡아 대리투자하는 미등록 투자일임 행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라 대표는 투자자 모집과 종목·투자전략 설계, 대리투자 등 총괄 설계자라는 의심을 받는다. 라 대표와 프로골퍼 A씨, 최측근 인사 B씨 등은 실내골프장, 케이블채널 운영사, 고급 바(BAR), 승마·리조트업체, 음식점 등 수십 곳을 인수 또는 설립해 투자자 모집과 수수료 편취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에도 휩싸였다.
라 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자본시장법 위반은 일임 매매에 대한 건 인정하다"며 "통정거래가 아닌 건 검찰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가조작 아니냐고 누가 나한테 물어볼 수 있다. 전 가치주를 산 것"이라며 "김익래 회장이 상속세 줄이자고, 공매도 때린 것에 대한 손실을 줄이자고 미친 짓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폭락 전 주식 판 김익래·김영민 회장도 수사선상… 석연찮은 매도 시점
합동수사팀은 이번 사태에 연루된 8개 종목(다우데이타,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선광, 삼천리, 세방,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주가가 지난달 24일부터 돌연 폭락한 원인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시 특정 사모펀드에서 문제가 생겨 SG증권을 통한 차액결제거래(CFD) 매물이 쏟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가조작 의심 일당이 2020년부터 관리한 종목들이기 때문에 특정 세력에 의한 의도적인 폭락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라 대표 일당을 통한 주가폭락 피해 규모만 1000여명, 약 1조원에 달한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앞서 검찰은 라 대표와 프로 골퍼 A씨 등 10여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A씨는 투자자 모집 총책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폭락 직전 대량의 주식을 매각한 오너들과의 연관성도 수사 대상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4월 20일)과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4월 17일)은 폭락 직전 각각 605억원, 457억원 주식 매각을 단행했다.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이었다. 두 회사 모두 오너의 주식 처분과 폭락의 연관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