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콜' 불 붙을까…美 IRA 보조금 업은 K배터리, 입지 커진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김하늬 기자 2023.04.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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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합작한 얼티엄셀즈 1공장./사진=LG엔솔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합작한 얼티엄셀즈 1공장./사진=LG엔솔


현대차·기아엔 다소 아쉬운 결과지만 K배터리는 웃는다. 미국 정부가 발표한 IRA(인플레이션방지법) 세부지침에 따른 보조금 지급 대상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차종이 대거 포함됐다. 대규모 미국 현지 생산을 앞둔 시점이다. 이번 IRA 수혜가 현지 점유율 확대의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미국 IRS(국세청)는 17일(현지시간) GM의 쉐보레 볼트·이쿼녹스·블레이져와 캐딜락 리릭, 테슬라 모델3 및 모델Y, 포드 F-150라이트닝,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포드의 E-트랜짓·F-150, 링컨의 에비에이터그랜드 등 IRA 보조금 지원 대상 총 22개 차종(중복모델 제외시 16종)의 명단을 공개했다.



IRA는 이들 차종을 구입할 경우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북미산 부품을 써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가 대상이다. 북미서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을 50% 이상 사용했거나,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의 40% 이상 사용한 경우 절반인 3750달러(500만원)를 준다.

일단 현대차·기아는 아쉽다. 현지에 아직 전기차 생산시설이 없는만큼 전기차종이 모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제네시스 GV70 북미서 조립하지만 중국산 배터리를 쓴다. 일본과 독일차 브랜드 역시 올해는 모두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다.



반면 배터리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공식적으로 이번 수혜 차종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배터리제조사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파나소닉 정도다. 셋 중 두 곳이 한국 기업이다.

LG엔솔은 이날 보조금 지급 대상인 GM 차종에 모두 배터리를 공급 중이라고 밝혔다. 캐딜락 리릭은 물론 블레이저, 볼트, 에퀴녹스, 실버라도 등이 모두 LG엔솔 배터리를 달고 달린다. 포드 차종 중에도 머스탱과 E-트랜짓 등에 LG엔솔 배터리가 탑재된다. SK온 역시 주요 협력대상인 포드F-150 라이트닝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SKBA(SK배터리아메리카)의 조지아 공장. 왼쪽이 조지아 2공장, 오른쪽이 조지아 1공장SKBA(SK배터리아메리카)의 조지아 공장. 왼쪽이 조지아 2공장, 오른쪽이 조지아 1공장
전기차 시장에서 보조금 지급은 구매심리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조금 지급이 발표된 차종의 판매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K배터리 수요도 덩달아 늘어난다. 특히 LG엔솔과 SK온이 미국 내 생산기지를 대거 확충하고 있는 만큼 IRA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최고의 협력자로서의 위상도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K배터리의 수혜는 드러난 것 이상이다. 일부 현재 납품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고객사 간 합의에 따라 공식 발표되지 않은 차종들이 있기 때문이다. IRA의 이번 명단엔 테슬라 차종들도 다수 포함됐다.


배터리업계는 이번 IRA 수혜 차종 명단은 마중물일 뿐, 향후 미국 내에서 K배터리의 입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내 복수 JV(합작법인)를 통해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IRA 장벽이 무력화한 가운데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K배터리의 위상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신규 고객사 확보에도 더 유리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LG엔솔이 건설 중인 애리조나공장의 경우 상당 물량이 테슬라로 공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 등 경쟁국들도 미국 시장에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LG엔솔-SK온과 함께 3대 수혜 브랜드가 된 파나소닉은 오클라호마에 총액 50억달러(약 6.5조원) 규모 새 배터리 공장 투자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가동 중인 네바다, 건설 중인 캔자스 공장에 이어 세 번째 미국 생산기지를 구축, IRA 수혜를 누리겠다는 포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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