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이례적'인 LG디스플레이 방문…"한국 쪽에 손 내민 것"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김지산 특파원 2023.04.1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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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 속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을 전격 방문한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제 부흥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외국계 기업에 역할을 당부하는 메시지에서부터 반도체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도 재연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의 제재 가능성 등을 포괄적으로 염두에 둔 행보라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을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신화=뉴시스


13일 고영화 한국창업원 원장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외국계 기업을 방문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라며 "복합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우선 LG디스플레이 사업장 소재지인 광둥성 광저우가 가진 상징성부터 남다르다. 덩샤오핑 이후 이어진 친자본 노선에서 이탈, 좌경화 길을 걷던 시진핑 주석이 집권 3기를 맞아 개혁개방의 성지 격인 광둥성을 찾은 건 기업 친화 정책의 예고나 다름없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방중 일정에 맞춰 두 정상이 이곳 광저우를 함께 찾음으로써 유럽을 포함, 글로벌 기업들에 우호적 메시지를 보냈다는 상징성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광둥성은 시진핑 주석 선친 시중쉰 전 부총리가 성장과 당서기를 역임하면서 개혁개방을 지휘했던 곳이기도 하다.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시진핑 주석이 외국계 기업을 방문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고 원장은 "시 주석이 중국 현지 한국 기업을 방문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한국을 포함해 외국 자본 유치에 관한 중국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15~16일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내수 확대와 현대화 산업체계 구축 △공유경제와 민영경제의 공동발전 경제·금융리스크 예방과 더불어 외자유치 및 활용 확대를 2023년 중점 경제 운용방향으로 확정했다.

외자유치와 활용 확대를 향한 중국 정부 의지를 시 주석이 직접 LG디스플레이를 방문함으로써 보여줬다는 평가다.


시 주석 방문은 미국으로부터 반도체에 이어 OLED마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LG디스플레이 광저우 공장은 2020년부터 8.5세대 OLED를 양산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자리를 내줬지만, OLED에서만큼은 지난해 기준 시장의 71%(중국 28%)를 점유한 독보적 1위다.

지난해 말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미국이 디스플레이 기술과 패널 생산능력 증강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유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에서도 부품 및 장비 수출 규제가 가해질 거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IT 전문지 디지타임스는 제재 대상을 OLED로 특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익명의 외교 전문가는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한국 기업을 방문함으로써 미·중 간 기술 패권 다툼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에 협력의 손을 내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 자립·자강 독려의 의미도 부여된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핵심 키워드의 하나로 '과학기술'을 들었다. 시 주석은 실제 양회 기간 중 전인대 장쑤성 대표단 회의에 참석해 "우리가 예정대로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전면적으로 건설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과학기술 자립과 자강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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