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충북 단양 한일시멘트에 환경 개조 중인 예열기. 중간 높이 쯤 밝은 회색 파이로터, 꼭대기에 파이로클론이 설치됐다. 파이로터는 예열기 연료인 순환자원의 연소 시간을 늘려 완전연소하도록 해 질소산화물, 일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인다. 파이로클론은 순환자원의 완전연소를 돕는 설비다. 파이로터 아래 굵은 회색 원통형 구조물은 킬른이다. 1200도 용암보다 뜨거운 1500도 고열로 시멘트 원료를 굽는다. 구조물이 두껍지만 워낙 고열이라 약 7~8m 아래서도 열기가 느껴졌다./사진=김성진 기자.
파이로터, 파이로클론은 시멘트 생산 설비 '예열기'의 한 부분이다. 예열기는 미분말로 만든 석회석과 철질 등을 섞은 시멘트 원료를 킬른(Kiln)에 넣기 전에 1차로 가열하는 설비다. 시멘트가 물과 섞여 굳으려면 원료 속에 탄산 성분이 없어야 한다. 예열기는 원료를 850도로 구워 탄산 성분을 날려 보내는 설비다. 킬른에서는 원료를 1500도로 구워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를 제조한다.
파이로터와 파이로클론은 순환 자원이 완전 연소할 수 있도록 연소 시간을 늘리고 산소를 더 공급해주는 설비다. 결과적으로 순환 자원 투입량을 늘릴 수 있다. 기존에 유연탄과 순환 자원 사용 비중이 7대 3이었다면 개조 후에는 5대 5가 된다. 순환자원은 유연탄보다 연소할 때 탄소 배출이 적은 탈탄산 효과가 있다. 개조 후 예열기와 킬른의 탄소 배출량은 10%, 질소산화물 배출량은 5% 저감된다. 한일시멘트는 소유한 킬른 6기 중 3기를 우선 개조한다. 투자 금액은 2021년 계획 당시 약 2700억원에서 현재 4700억원까지 늘어났다.
생활 폐기물 중 불에 타는 가연 폐기물을 압축하고 분말로 부숴 만든 '순환 자원'. 약 5m 앞에 다가가면 퀘퀘한 냄새가 나는데 냄새를 빼면 한때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알기는 어렵다. 순환 자원은 시멘트의 원료로 쓰이는 것이 아니라 원료를 구울 고열을 발생시키는 연료로 쓰인다. 한일시멘트 공장에서 순환 자원은 수백미터 길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예열기, 킬른으로 옮겨진다./사진=김성진 기자.
지난 7일 한일시멘트 공장을 가로지르는 국도 매포길 300~400m 구간에 시멘트를 실어나르는 BCT(벌크 시멘트 트레일러)들이 수십대 주차돼있다. 이틀 연속 비가 내렸는데 보통 비가 오면 공사가 멈춰 시멘트 출하가 줄고 재고가 쌓이지만 지난 5~6일 비는 부슬비라서 공사 현장들이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위에 방수포를 덮는 식으로 공사를 했다. 공장 안 시멘트 창고인 '사일로' 앞에도 BCT들이 수십대 있었다. 원래도 공사 성수기인 봄이면 BCT들이 시멘트를 받기 위해 공장에 줄을 선다. 심할 때면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공장과 인접한 도담역 앞 공터까지 BCT 줄이 늘어져 인근 주민 항의도 받는다. 올해는 시멘트 수요가 더 커 줄이 더 긴 수준이다./사진=김성진 기자.
킬른 정기 대보수와 환경 개조는 대부분 이달 중 마무리된다. 한일시멘트의 예열기 환경 개조도 10일 마무리된다. 시멘트 업계는 이달 생산량이 더 늘면 레미콘 수급 불안이 차츰 해소될 것으로 본다. 시멘트 협회 관계자는 "개조가 끝나 생산량과 재고가 늘면 수급 문제가 점차 해결될 것"이라며 "관계 부처와 소통, 수급 상황 상시 점검, 추가 대책 마련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