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는 죄인" 광주서 울먹인 손자…유가족 "큰 결심 감사"

머니투데이 광주광역시=정세진 기자 2023.03.3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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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전두환은 민주주의 거꾸로 흐르게 해"

(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전 대통령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5·18유족,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고 있다. 전씨는 "저희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자 학살자이자 가족의 구성원이다"고 말했다. 2023.3.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광주=뉴스1) 이수민 기자 = 전 대통령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5·18유족, 피해자와의 만남' 행사에서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하고 있다. 전씨는 "저희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자 학살자이자 가족의 구성원이다"고 말했다. 2023.3.3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주시를 방문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 손자 전우원씨(27)가 5·18민주화운동 희생자와 유가족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

전씨는 31일 오전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만나 "이렇게 늦게 찾아뵙게 돼서, 더 일찍 사죄의 말씀드리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씨는 5·18 앞에 너무나 큰 죄를 지은 죄인"이라며 "죄인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오래 아픔의 역사를 겪었음에도 전두환씨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거꾸로 흐르게 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또 "군부독재 두려움 속에서 용기로 독재에 맞섰던 광주시민 여러분들이 영웅"이라며 "저희 가족뿐 아니라 저 또한 너무 추악한 죄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시민 여러분들이 저를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 죽어 마땅한 저에게 이렇게 사죄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전씨는 이날 발언 중간중간 수차례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운 듯 말하는 중간 잠시 침묵하기도 했다.



전씨 발언 이후 김길자 여사는 "큰 용기를 내 여기까지 와 줘서 감사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광주를 처음으로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며 "큰 결심을 한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김 여사는 또 "이제부터 차분하게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 진실을 밝혀서 화해의 길로 나가자"고 밝혔다.

김 여사는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이었던 문재학 열사(사망 당시 16)의 어머니다. 문재학열사는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이다.


김 여사는 이날 발언 중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자리에 참석한 5·18 희생자 유가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전씨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채 김 여사의 발언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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