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쇼우즈 틱톡 CEO가 23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의 하원 에너지 및 상업위원회 청문회에 출석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얼마 전 중국 소셜미디어 위챗(wechat)에 중국 지인이 미국의 '틱톡' 금지 움직임에 대해 쓴 문장이다. 옛날 기억을 떠올려보니 정말 세상이 변했다는 게 느껴졌다. 2000년대 후반 무렵 중국 정부가 페이스북·유튜브의 영향력이 무서워 접속을 차단했는데, 10여년이 지난 2023년 상황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지난 23일에는 미국 의회가 중국 숏폼 콘텐츠 플랫폼 '틱톡(TikTok)' 퇴출을 위해, 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를 불러들여 5시간 동안 몰아붙였다. 필요한 절차를 밟는 미국 방식이 일언반구도 없이 접속을 차단하는 중국보다 세련되긴 했지만,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비슷한 것 같다.
틱톡을 만든 장이밍의 바이트댄스최근 미국의 틱톡 규제 움직임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걸 뜻한다. 특히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Bytedance)는 탄생 초기부터 기존 시장을 뒤흔들며 성장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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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틱톡이 미국에서 그렇게 인기라는데 바이트댄스는 왜 안보일까?
아직 상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바이트댄스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자사주 매입 당시 약 3000억달러(약 390조원)으로 평가됐지만, 지난 3월 중순 아랍에미리트(UAE)의 인공지능업체 G42가 1억달러가량의 지분을 사들일 때는 약 2200억달러(약 286조원)로 평가됐다. 바이트댄스가 상장되면 최소한 넷플릭스를 제치고 6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그렇게 보면 전 세계 시총 10대 인터넷 기업 중 5개가 중국 기업이다.
장이밍 바이트댄스 창업자/사진=블룸버그
그 다음 히트작이 2016년 9월 중국 시장에 출시돼 인기를 끌기 시작한 숏폼(Short-form)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의 중국 버전)이다. 역시 초기부터 복잡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사용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인기 몰이를 했다.
바이트댄스는 2017년 미국에서 인기를 끈 립싱크앱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하는 등 초기부터 해외 진출에 공을 들였다. 이때 바이트댄스가 틱톡과 뮤지컬리를 통합해서 내놓은 서비스가 바로 지금의 틱톡이다. 틱톡은 중국 당국이 저속한 콘텐츠 규제와 청소년 보호를 강조하면서 성장의 걸림돌에 부딪히기도 했지만, 중국 시장에서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데 성공했으며 그 여세를 몰아 미국 시장의 영향력도 확대했다.
미국의 Z세대가 끼고 사는 틱톡최근 틱톡의 월간 활성 사용자수는 10억명을 넘어섰으며 미국 사용자수만 1억5000만명이 넘는다. 미국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틱톡 사용자들은 사용시간도 길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틱톡 사용자의 하루 평균 사용시간은 95분으로 유튜브(74분), 인스타그램(51분), 페이스북(49분)을 초과했다.
중국에서도 틱톡은 사용시간이 긴 걸로 유명했는데, 미국의 Z세대(10대 후반~20대 중반) 역시 틱톡을 끼고 살고 있는 것이다. 틱톡은 시간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면서 영향력도 커졌고 광고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바이트댄스는 전체 임직원 11만명 중 2만명이 넘는 개발자들이 각종 앱을 만들어내는 앱 공장이다. 바이트댄스 중국어 홈페이지에는 '오늘의 헤드라인' '더우인' '시과비디오' '토마토소설' 등 12개의 앱이 소개돼 있다. 홈페이지에는 없지만 브이로그(vlog)용 동영상 편집 앱인 '캡컷(CapCut)'도 유명하다.
미국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사진=센서타워 홈페이지 캡쳐
앞서 언급한 미 의회의 틱톡 청문회는 중국 기업이 만든 앱의 영향력이 무섭게 확대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유력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억 네티즌을 이용해 사용자 선호도를 테스트하고 AI 모델을 최적화해서 해외로 수출하는 중국 인터넷기업의 질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만에 하나, 미국 의회가 틱톡을 금지하더라도 중국 앱의 미국 침공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