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국이 "권도형 처벌, 우리가 먼저"…檢 "당장 송환 어려워"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2023.03.28 16:37
글자크기

"권도형은 한국인, 피해 변제 위해서라도 한국에서 처벌해야…국내 송환 위해 총력 다할 것"

(로이터=뉴스1) 구윤성 기자 =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를 불러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간) 수갑을 찬 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25/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로이터=뉴스1) 구윤성 기자 =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를 불러온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간) 수갑을 찬 채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의 고등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2023.3.25/뉴스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 세계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야기한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2)가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 가운데 그가 어느 나라에서 먼저 수사와 재판을 받게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아직은 권 대표의 국내 송환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 관계자는 28일 기자들과 만나 "권 대표를 검거하긴 했지만 몬테네그로에서 먼저 여권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당장) 한국 데려오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출국하려다 검거됐다.



검찰 관계자는 '권 대표의 국내 송환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은 솔직히 모르겠다"며 "세계 역사상 세 나라가 겹쳐서 자기들이 데려와 처벌하겠다고 한 예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국제법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도 예상을 못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로 데려올) 국제법 기준이 있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이것도 강제성은 없다.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로 먼저 처벌하겠다고 하니까 그 역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범죄는 최대 5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검찰 관계자는 또 "몬테네그로에서 권도형에게 미국으로 갈지, 한국으로 갈지 정해줄 수도 있지만 추방하는 경우의 수도 있다"며 "그럴 때는 권도형이 미국으로 갈지, 한국으로 갈지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접해보지 못한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능성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몬테네그로로 수사관 등을 파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나라에 대한 예의가 아닐 수 있고 심기를 건드릴 수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 것"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도움이 된다고 하면 바로 보낼 준비가 돼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 대표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도형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처벌해야 하는 게 맞는다고 보고 형사사법권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법무부가 몬테네그로에 서류는 다 보낸 상황이다. 합수단장과 국제 형사과장도 (지난 2월에) 세르비아에 직접 찾아가서 법무부, 경찰, 간부들 다 만나 손까지 붙잡고 사정을 했다"고 했다.


만약 권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직접 조사 없이 기소를 먼저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 권 대표를 조사도 안한 상태에서 과감하게 기소를 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불가피한 경우는 기소를 먼저 진행할 수도 있다. 따로 예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테라와 루나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도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는 등 허위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테라·루나를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 자본시장위반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권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으며 이후 권 대표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가 됐다.

권 대표와 그의 최측근인 한창준 전 차이퍼코레이션 대표는 지난 23일 몬테네그로의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검거됐다. 두 사람은 코스타리카 위조여권을 이용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출국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 뉴욕검찰은 권 대표 체포 직후 그를 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 검찰은 권 대표에게 증권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한편 권 대표는 도피 생활 중에도 해외에 법인을 설립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화폐 전문 인터넷매체 디엘뉴스는 지난 27일 "권 대표가 지난해 10월12일 세르비아에 '초도코이22 유한회사 베오그라드'라는 이름의 회사 설립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세르비아는 가상화폐 거래와 채굴이 합법화돼있어 현지 법인을 통해 범죄 수익을 세탁하거나 빼돌리려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