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세력 번 돈 정확히 얼마? 여의도 저승사자 "그건 신도 몰라"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3.03.2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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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신종범죄의 습격 2부: 감옥 가도 남으니까…新작전의 세계]⑥김영기 대검찰청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 TF 단장 인터뷰

편집자주 미공개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를 조종해 부당이익을 거두는 불공정거래가 주식·파생시장을 넘어 가상화폐시장 등 새로운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처벌을 받아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새로운 형태의 불공정·부당이익 범죄로 이어진다. 불공정거래를 근절하고 자본시장 건전성을 확립할 해법이 시급하다.

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전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 / 사진제공=법무법인 화우김영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전 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장). / 사진제공=법무법인 화우


A가 운전 중 길을 건너던 B를 치는 교통사고를 냈다. 사고 이후 A가 B를 자신의 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동하던 중 다른 차에 치이는 사고로 B가 사망했다. 이때 첫 사고를 낸 A에게 B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B가 사망에 이른 결정적인 원인은 두번째 교통사고이므로 A는 B의 사망과 인과관계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A가 애초에 사고를 내지 않았으면 B가 사망할 일이 없었다고 할 수도 있다. 만약 첫 사고로 B가 경상이 아닌 중상을 입었다면 또 어떨까.

2019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 대검찰청 부당이득 산정기준 법제화 TF(태스크포스) 단장을 지낸 김영기 화우 변호사는 지난 23일 머니투데이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예시를 통해 현행 자본시장법 체제에서 불공정거래범죄로 인한 부당이득을 산정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설명했다. 불공정거래범죄를 끊어내고 시장의 원리를 바로 세우자면 부당이익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그만큼 어렵지만 시급한 문제라는 얘기다.



김 변호사는 "뇌물 사건에서 오간 돈이 1억원이라면 그건 입증의 영역이지만 자본시장에서 발생한 부당이득은 인과관계를 따지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위법행위와 관련 있는 주가 상승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부당이득 산정은 '신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만 해도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너무 많다"며 "시세조종으로 주가를 띄웠더라도 시장 큰손이 추종매매하면서 주가가 더 올랐다면 어디까지 책임을 묻고 부당이득으로 봐야 하는지 등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사 경험에 비춰볼 때 투자자들을 상대로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이른바 '작전세력'을 잡으려면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을 좀더 적극적으로 추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부당이득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결국 사회적으로 논의, 탄력적으로 합의할 문제이지 불가능한 고민의 대상이 아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최근 가상자산시장 등으로 불공정거래범죄가 확산하는 데 대해서도 금융·사법당국이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어떤 범죄는 정형화된 유형이라 법제화됐는데 더 큰 이득을 얻은 범죄는 정형화되지 않아 법제화하지 못하면 역차별,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앞으로 법제화 논의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특성에 맞게 인과관계를 탄력적으로 해석,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엄밀한 잣대를 들이밀 경우 부당이득 산정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며 "어려운 길이지만 검찰과 법원이 사고의 전환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중심으로 금융사법당국이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표현처럼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시장을 과도하게 규제한다고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적어도 불공정거래에선 업계 위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못 된다"며 "다만 시장을 살리는 규제, 수사여야 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여의도 저승사자'라는 표현이 그런 표현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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