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은 전날 이사진과 만나 차기 대표이사 후보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달 7일 KT 이사회가 윤 사장을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한 후 보름여만의 일이다.
KT 주요 주주인 현대차그룹(7.79%)마저 대표이사 선임에 "대주주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여권의 윤 사장 반대 기류를 의식해 사실상 반대 측에 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영향력이 큰 글로벌 주총 의안 자문기관들이 잇달아 윤 사장의 대표 선임 '찬성' 의견을 권고하고, 일부 소액주주들까지 KT의 우군으로 가세했지만 대세를 바꾸진 못했다.
혼돈의 주역인 KT 사외이사들을 향한 비판도 거세다. KT 새노조가 이날 성명서에서 "현 이사회는 단순히 말로 비판받아야 하는 선을 넘어섰다"며 "손실에 대해 배상을 포함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하며, 고의의 정도가 있다면 배임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 당국이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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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표 뽑아도 '상반기 경영공백'윤 사장 낙마로 이번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선출이 불가능하다. 또 상법 및 정관에 따르면, 윤 대표 후보와 함께 사내이사로 추천됐던 서창석·송경민 사내이사 안건도 자동 폐기된다.
이에 따라 새 대표 선출을 위한 다음 주총까지 구 대표가 임기를 연장하거나, 또는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전원의 유고시에는 직제규정이 정하는 순으로 그 직무를 수행한다'는 정관에 의거해 강국현 커스터머부문장(사장)·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등 미등기임원 중 1인을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얻어 임시 대표이사로 선임할 수 있다. 다만 전례에 비춰보면 행정 절차에만 15~20일이 걸린다. 임시 대표를 정해도 이 기간 동안은 결재의 법적 효력이 없는 셈이다."KT가 상반기를 통째로 날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KT 대표 선임 절차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정부·여당이 KT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민영화 20년이 넘도록 계속된 정치권 줄 대기의 병폐 등을 줄곧 비판해 왔던 점을 고려하면 외부 인사의 영입 가능성이 대두될 전망이다. 충격을 통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공모에 참여했던 KT CEO 후보들이 다시 한번 회자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에는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새누리당 출신 정치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MB정부 청와대 정책실장과 18·19대 의원을 지낸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석열 대선캠프 IT 특보를 맡았던 김성태(69) 전 의원, 역시 19대 국회의원 출신의 김종훈 전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KT 임원 출신의 권은희 전 의원 등이다.
KT OB 중에서는 김기열 전 KTF 부사장(67), 최두환 전 포스코ICT 사장(69)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다. 김기열 전 부사장은 KT 전신인 한국전기통신공사부터 KT와 인연을 맺어 KTF 부사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ICT희망본부장으로도 활동했다. 최 전 사장은 KT 신사업부문장, KT종합기술원장 등을 역임한 통신 전문가다.
윤 사장과 함께 최종 4인 숏리스트에 포함됐던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도 여전히 유력하지만, 여당에서 "그들만의 리그"라 비판받았던 게 약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