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음악 악보를 들고 있는 모습. / 사진=Beethoven-Haus Bonn
요하네스 크라우스(Johannes Krause)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 등 6개국 국제 공동연구팀은 22일(현지 시각)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베토벤 머리카락의 게놈(유전체) 분석'이란 논문을 게재했다.
기록에 따르면 베토벤은 사망 전 황달이 생기고 팔다리가 부풀어올랐다. 모두 간이 손상됐을 때 나타나는 증세다. 특히 임종을 맞은 베토벤은 하늘을 향해 주먹을 흔들었다. 간이 나빠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는 갑작스런 자극을 주면 팔을 흔드는 등 경련성 반응이 나타난다.
DNA(유전자정보) 분석에 사용된 베토벤 머리카락 '스텀프 타래'(Stumpff Lock). / 사진=커런트 바이올로지
그 결과 사망하기 몇 년 전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기록집과 연구를 통해 베토벤이 과도한 음주와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간경변에 걸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머리카락 게놈 분석에선 베토벤의 청력 상실에 대한 유전적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베토벤의 병력을 고려하면 사인은 간 질환 위험 유전적 요인과 B형 간염, 음주 등 3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개별 요인이 사망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는 추후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과거 대화록을 보면 베토벤은 주기적으로 음주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과거 베토벤의 납중독 사망설이 퍼졌으나 근거가 됐던 머리카락이 베토벤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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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DNA 분석기술 진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DNA는 한 사람의 유전 정보를 담은 기본단위로, 30억개 염기로 구성된다. 사람마다 DNA 특정 위치에 염기서열 일부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과학자들은 사람마다 특정 위치에 '짧게 반복되는 염기서열 부위'(STR)를 증폭시켜 유전자를 식별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40억분의 1g'에 해당하는 0.25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만 있어도 DNA를 증폭시켜 분석할 수 있다.
[본=AP/뉴시스] 지난 21일(현지시간) 독일 본의 한 건물 벽에 작곡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이끄는 연구팀은 베토벤의 머리카락에서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그의 사인이 그간 알려졌던 납중독이 아닌 간경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23.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