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사태로 1.9조원 날린 사우디…'최대 피해' 카타르, 손실규모는?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 2023.03.21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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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사우디, 지분투자 15억$·카타르 'AT1 채권' 45억$ 손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스위스 2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에 167년 역사를 뒤로하고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 UBS에 인수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가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지목됐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도로 사우디국립은행이 지난해 CS에 15억 달러(약 1조9618억원)를 투자했는데, 이번 UBS의 CS 긴급 인수로 투자액 상당 부분을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는 이보다 훨씬 큰 45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WSJ은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 머니'를 앞세워 글로벌 은행 부문에 화려하게 진출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희망했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등으로 촉발된 예상치 못한 변수에 위기를 맞이하며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가 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사우디와 카타르의 이번 손실은 2007~2008년 금융위기 동안 걸프 국가들이 서구은행과 헤지펀드에 투자해 얼마나 큰 손실을 기록했었는지를 상기시켜 준다"고 언급했다.

미국 외교협회(CFR)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걸프협력기구(GCC) 소속 국가들의 해외 포트폴리오 가치는 한해 1000억 달러가 급감한 1조2000억 달러(1567조6800억원)였다. 이는 왕실 등 지도층의 개인적인 손실은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실제 손실액은 이보다 컸을 것이라고 CFR은 짚었다.



이번 CS 사태로 큰 피해를 본 중동 투자자 중 하나는 CS의 최대 주주였던 사우디국립은행이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는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당시의 악몽이 재연될 것을 우려해 그간 해외 은행에 대한 투자에 신중했었다. 그러나 전 세계의 친환경 열풍에 위기를 느낀 '산유국' 사우디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찾기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국제 금융권에도 관심을 둬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를 통한 해외 은행 투자에 나섰다.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BBNews=뉴스1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AFPBBNews=뉴스1
사우디의 CS 투자는 지난해 가을 이뤄졌다. WSJ에 따르면 당시 CS는 투자은행(IB) 부문을 자산관리 부문으로 전환하려는 계획에 따라 수십억 달러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시 PIF 내부에서 'CS 투자는 지나치게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존재했었지만, 빈 살만 왕세자는 해당 투자를 결국 승인했다. 지난해 11월 사우디국립은행은 CS 지분 9.9%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최근 은행위기 속에 주목받은 CS에 대해 추가 투자를 거절한 사우디국립은행은, 그 여파로 은행이 매각되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됐다. 인수 거래 내용에 따르면 CS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돼 17일 종가대비 60% 할인된다. 20일 CS는 주가가 55.74% 빠졌다. 다만 사우디국립은행 측은 "전체 투자에서 CS의 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타르는 금융위기 당시 흔들린 CS의 주식을 저가 매수하며 투자에 나섰다. WSJ에 따르면 카타르 국부펀드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민간투자자들을 모아 CS 주식에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2011년에는 사우디 기반의 대기업인 올라얀그룹과 함께 특수 대출을 통한 62억 달러의 추가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2013년에는 대출 45억 달러를 신종자본증권(Additional Tier 1·AT1)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UBS의 CS 인수 결정 후 해당 AT1은 소멸이 결정돼, 이는 고스란히 손실로 기록될 전망이다. AT1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위기에 처했을 때를 대비해 발행하는, 자본 전환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채권이다. CS의 AT1은 채권의 전액 소멸이 가능하게 설계됐다. 앞서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은 이번 인수 거래 관련 CS 채권 중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4700억원) 규모의 AT1을 모두 상각 처리했다고 했다. 이는 채권 가치가 사실상 '0'(제로)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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