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핑핑 돌 때 냉수 한 잔?…저혈압 오해와 진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3.03.2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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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전현무 씨의 혈압이 정상보다 낮게 나와 재측정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저혈압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흔히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위험하다'고 여기는데, 진짜 그럴까. 저혈압일 때 커피 마시면 괜찮아질까. 저혈압을 둘러싼 다양한 속설의 진위를 가려본다.

눈앞이 핑핑 돌 때 냉수 한 잔?…저혈압 오해와 진실


Q. 저혈압은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
X 저혈압은 수축기 혈압이 100㎜Hg, 확장기 혈압이 60㎜Hg 이하일 때 해당한다. 이런 저혈압은 일시적으로 생기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더 위험할 것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저혈압 때문에 몸이 나빠진 것인지', '몸이 나빠져 혈압이 낮아졌는지'부터 가려내면 정답이 나온다.



예컨대 영양실조가 심해서 혈압이 낮은 사람이 사망한 경우, 사망 원인은 영양실조이지 저혈압은 아니다. 기저질환이 없다면 혈압이 낮은 것 자체가 큰 문제 되지는 않는다. 특별히 불편한 증상이 없고 저혈압의 원인 질환이 없는 경우에는 인위적으로 혈압을 높이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다. 단, 저혈압으로 머리에 공급되는 피가 줄어들면 어지럽거나 의식을 잠깐 잃을 수 있는데, 이때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히는 외상은 주의해야 한다.

Q. 저혈압은 마른 여성에게 더 잘 생긴다?
O 몸무게와 혈압은 직결된다. 몸무게가 1㎏ 줄 때마다 혈압은 2㎜Hg씩 줄어들 수 있다. 마른 사람에게서 저혈압이 더 잘 나타나는 이유다. 근육량이 적어도 저혈압이 나타나기 쉽다. 사람이 앉았다가 일어날 때 중력으로 인해 피가 다리에 몰린다. 이때 다리에서 피를 위로 짜올리는 임무는 심장이 아닌, 허벅지·종아리의 근육이 담당한다.



다리 근육이 덜 발달한 사람은 똑바로 일어났을 때 다리 근육이 피를 위로 보내지 못해 몰릴 수 있다. 남성보다는 (근육량이 적은) 여성 특히 마른 여성, 몸이 마르고 골격과 근육 발육이 떨어지는 무력성 체질의 여성에게 저혈압이 더 많이 나타나는 이유다. 오랜 지병 생활을 지내왔거나, 몸이 허약해 다리 근육이 부족한 사람에게서도 저혈압 발생 빈도가 커진다.

Q. 저혈압 때 햇빛 보는 건 상관없다?
X 몸에서 균형을 잡는 장기 중 하나가 눈이다. 저혈압 환자가 햇빛을 보면 시야가 일시적으로 잘 보이지 않게 돼 어지러운 증상이 더 악화할 수 있다. 또 뜨거운 태양 아래 오래 있으면 정상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몸에서 혈관이 확장하고, 땀을 통해 수분·전해질이 많이 배출되면서 체액량이 줄어든다. 그 결과 혈압이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저혈압 환자가 외출할 땐 눈이 햇빛에 직접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체액량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수시로 마셔야 한다.

특히 체수분이 청장년보다 적은 노인은 더운 날씨에 장시간 노출되면 탈수 위험이 커지는데, 이는 혈류 감소로 이어지면서 저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 저혈압이 있으면 수분을 수시로 섭취하면서 장시간의 야외활동은 자제해야 한다. 저혈압 환자 가운데 더운 날에 어지럼증이 시작되면 물을 마시고 소금을 조금 먹으면 증상 해소에 도움 된다.


Q. 저혈압 환자가 어지러울 때 찬물 마시면 도움 된다?
O 일반적으로 식사하자마자 수영장에 들어가는 건 권장되지 않는다. 이는 식사 직후엔 피가 장의 혈관에 몰려 혈압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저혈압 환자는 의자가 없는 곳에서 회식할 때 양반다리 자세를 장시간 취한 채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 저혈압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피가 잘 통하지 않은 상태에서 술은 혈관을 확장하는데, 이때 갑자기 일어나면 혈관이 늘어나고 피가 장·다리에 몰리면서 혈압이 급격히 낮아지고 쓰러질 수 있다.

저혈압 환자가 밥을 먹을 때 찬물을 한 잔 마시면 혈관 확장을 막아 어지럼증을 3분의 1 이상 줄였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으니 참고하자. 다리를 수시로 움직이고 까치발을 하고 내리는 동작도 저혈압 환자의 어지럼증을 예방·완화하는 데 도움 된다. 취침 시 베게 높이를 높이고 음식을 약간 짭짤하게 먹는 게 좋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수면을 충분히 취하면서 고칼로리·고단백 식사와 적당한 운동이 권장된다. 만약 증상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으면 혈압을 높이는 약이나 순환 호르몬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도움말 = 이해영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신진호 한양대학교병원 심장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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