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 마셨던 '월급통장' 희망 보인다…카드사 CEO들 "종지업 허용을"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2023.03.1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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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혜련 정무위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백혜련 정무위원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카드사 대표(CEO)들이 백혜련 정무위원장을 만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여신전문금융채 금리가 급상승해 영업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위기를 돌파할 수 있도록 신사업을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종지업은 금융위원회가 2020년부터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추진됐으나, 시중은행과 한국은행의 반대로 도입이 무산됐다. 최근에는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거론되며 도입 논의가 다시 살아났다.

15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카드사 CEO들은 지난 9일 백 위원장을 만나 전금법 도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종지업은 은행이 아닌 전자금융업자에도 지급결제 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계좌를 통해 카드사, 핀테크 등은 고객에 간편결제와 송금에서부터 급여 이체, 카드 대금 및 보험료 납부까지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다만, 고객의 예치금에 대해 이자를 줄 수 없고 이를 활용한 대출업무도 수행할 수 없다. 종지업은 2020년 7월 금융위가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해 발표한 전금법 개정안에 포함됐다.



카드사 CEO들은 최근 업황이 어려운 만큼 신사업 허용을 통해 돌파구를 찾게 해 달라고 토로했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여전채 금리도 크게 올랐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AA+ 기준 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월3일 2.420%에서 지난 14일 3.955%까지 올랐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1.5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전금법 개정안 발표 후 카드사들은 줄곧 종지업이 도입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본업인 가맹점 수수료 부문에서 적자가 이어지고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의 경쟁력이 강해지자 신사업으로 위기 타개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카드사 CEO들은 지난해 윤재옥 전 정무위원장을 만나서도 종지업 도입을 위해 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과 한은이 반대해 종지업 도입은 번번이 실패했다. 시중은행은 빅테크가 계좌까지 갖게 되면 플랫폼 독점 문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은은 비은행권 금융사가 결제망에 들어올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종지업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도 전금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종지업 도입을 사실상 철회했다.

분위기는 최근 반전됐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과점 체제를 비판하며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종지업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8일 은행권 경영·영업관행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고 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한 방안으로 특화은행과 함께 종지업 도입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제로 지목된 은행이 또다시 종지업을 반대할 명분은 약한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한은이 우려하는 리스크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증권사의 투자자예탁금 관리 계좌처럼 대행은행을 통해 거액결제가 이뤄지면, 카드사가 굳이 거액결제시스템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고객의 예치금을 카드업무와 구분해 별도로 관리하면 카드사 계좌로부터 급격한 예금이탈이 일어나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계좌를 통해 예금, 대출 업무가 불가능해 한은이 우려하는 리스크가 생길 가능성도 없다"며 "카드사는 기존에 은행 계좌를 이용한 대가로 냈던 수수료를 고객 혜택으로 돌릴 수 있어 플랫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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