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이 '미니파출소' 역할까지 하지만 정작 편의점 근무자들은 안전하지 않다. 심야에 혼자 근무하는 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이 범죄에 노출돼 있었던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들은 요즘 더 불안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그동안은 유명무실했다. 보건복지부가 2019년 서울시 초중고 200개교의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위치한 담배소매점을 조사한 결과, 담배광고가 외부에서 보이는 경우가 72%였고 그중 편의점이 93%로 가장 높았다. 그동안 단속이 없었기에 규제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점주가 절반에 달했다.
외부에서 위험이 처한 사람들이 편의점으로 들어가 도움을 청하 듯 안에서 위험에 처한 직원은 외부에서 누군가 도움을 줘야 한다. 편의점 범죄는 매년 증가해 왔지만 이제 외부에서 보이지도 않으니 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8일 인천에서 30대 남성이 편의점 업주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은 불안을 증폭시켰다.
누군가는 담배광고 안하면 되는거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담배광고로 편의점 주인이 얻는 수익은 한달에 20만~30만원 정도다. 점주 본인 인건비 정도 건지는 편의점이 수두룩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돈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 규제가 타당한지부터 따지는게 먼저다. 청소년 흡연을 막아야 한다는 명제는 절대선이지만 그 방법이 효과는 불분명하고 지킬 수도 없는 엉뚱한 규제라면 다른 얘기가 된다.
WHO(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은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담배를 영업소 내에 진열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 이 협약을 비준했다. 현재 70개국은 담배제품을 보이지 않게 진열토록 규제하고 있고 그보다 더 많은 나라들이 영업점내 담배광고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우리 국회에는 이 협약의 취지에 맞춰 담배 진열과 노출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부터 학교 주변 영업점만 금지하는 법안, 의도적으로 외부에 보이도록 광고하는 행위만을 규제하는 법안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한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하지만 2020년에 제출된 이 법안들은 3년 가까이 잠자고 있다.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자는 사이 청소년 흡연율은 올라가고 편의점 점주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되든지, 범죄에 노출될 위험에 떨고 있다. 이제 결론을 낼 때 된 것 아닌가. 담배 진열이나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불투명 시트지를 떼어내든지, 지금처럼 진열과 광고를 허용하겠다면 지킬 수 있는 규제를 하자. 20만원에 목숨 걸도록 방치하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