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 가치 반토막…셀트리온 소방수 서정진 돌아온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안정준 기자 2023.03.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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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5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경제자유구역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생산허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0.8.5/뉴스1  (인천=뉴스1) 정진욱 기자 = 5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경제자유구역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생산허브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서정진 셀트리온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0.8.5/뉴스1


서정진(셀트리온그룹 명예회장)이 돌아온다. 2년 전 약속한 '소방수' 역할을 맡는다. 서 회장이 떠난 지난 2년간 셀트리온 (201,500원 ▲6,300 +3.23%)의 성장은 정체됐고 기업가치는 반토막 났다. 지금 셀트리온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 공략, 신약 개발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마련이란 어려운 과제를 풀어야 한다. 서 명예회장의 리더십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 관심이 집중된다.

셀트리온그룹은 서 명예회장을 2년 임기의 셀트리온홀딩스 및 상장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오는 28일 각 사 주주총회(주총)와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최종 확정한다. 약 2년 만의 전격적인 경영 복귀인 셈이다.



서 회장의 복귀는 현 경영진이 강력하게 요청해 이뤄졌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성장동력 강화와 기업가치 회복 등 숙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 명예회장은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소방수 역할도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결국 지금이 소방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인식했다는 의미다.

서정진 복귀, 왜 지금인가
서 명예회장은 2년 전 셀트리온을 떠나면서 "정년이 되면 은퇴하겠단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주주와 임직원의 회사를 만들기 위해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며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강조했다. 확실한 은퇴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일말의 여지는 남겼다. '소방수' 역할을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복귀를 선언했다. 이는 그만큼 올해가 셀트리온에 중요한 시기라는 방증이다. 앞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쌓기 위해 서 명예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현 경영진과 서 명예회장이 의견을 같이 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우선 실적 성장 정체란 당면과제를 극복해야 한다. 더 이상 셀트리온은 매출과 이익 규모가 팍팍 뛰는 고성장 기업이 아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액 2조원을 돌파하는 의미 있는 실적을 구현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다. 2020~2022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약 11.8%로, 예전보다 눈에 띄게 둔화했다.

고속 성장이 멈추자 기업가치는 급락했다. 2020년 12월 54조원을 넘은 셀트리온 시가총액(시총)은 어느새 21조원대로 줄었다. 물론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은 바이오 업종에 대한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 등 외부 환경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낙폭이 워낙 커 주주들의 불만이 큰 상황이다.


또 올해는 미국 시장 공략,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넘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 역량 강화 등에 집중해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 셀트리온은 올해 주력 제품인 램시마SC와 유플라이마의 미국 시장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 규제기관의 승인과 시장 공략 성과에 따라 셀트리온의 실적 성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다.



더 나아가 항체 기반 신약 연구 등을 통해 신약 개발 바이오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셀트리온은 신규 항체 치료제, ADC(항체약물접합체) 항암제, 이중항체, 마이크로바이옴 등을 개발하기 위해 국내외 기업과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 경제 위기뿐 아니라 전략 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결정이 절실히 필요해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한 것"이라며 "서 명예회장 특유의 리더십이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정진 "현장 뛰겠다"
서 명예회장은 경영 복귀 결정 뒤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뛰겠다"고 강조했다. 2년 전 오너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은퇴한다고 밝혔지만, 그만큼 지금 셀트리온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힌다.



서 명예회장은 "오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며 "전 세계 경제 위기 상황에서 모든 회장들이 현장에 가서 일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위기 상황에서 다른 회장들이)다 (현장에) 뛰어들어 영업을 하고 있는데 저도 일을 하려고 경영에 복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명예회장의 구체적인 역할은 오는 28일 정기 주총에서 구체적인 윤곽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총 현장에서, 또는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경영 복귀를 결정한 배경과 향후 계획, 포부 등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업계 안팎에선 오너가 복귀하는 만큼 굵직한 M&A(인수합병) 등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셀트리온이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외 바이오 벤처에 대한 인수나 지분투자 등 전략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 (75,900원 ▼4,500 -5.60%)를 필두로 한 글로벌 직판(직접판매) 체제 안정화,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 대한 지배력 강화, 그룹의 숙원 과제로 꼽히는 상장 3사 합병 등 과정에서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해가 셀트리온그룹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에 중요한 기점"이라며 "특히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서 명예회장이 핵심적인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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