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바닥" vs "더 떨어져"…서울 집값 '동상이몽'에 거래 무산까지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2023.03.06 05:40
글자크기

규제 완화에 따른 거래량 회복에도 전세가율 하락, 미분양주택 등 위험 신호도 여전해

"지금이 바닥" vs "더 떨어져"…서울 집값 '동상이몽'에 거래 무산까지


정부의 1·3 대책 이후 급매를 중심으로 거래량이 회복되면서 집값 하락폭이 줄고 있다. 반면 서울의 전세가율이 51.2%까지 떨어졌고, 전국 미분양 주택은 위험수준인 7만5000가구를 넘어서는 등 집값 하락 신호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는 생각에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매도인과 여전히 하락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매수인의 시각이 혼재해 '집값 동상이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주간 아파트값은 0.03% 하락해 전주(-0.08%) 대비 하락폭을 2배 이상 줄였다. 지난해 9월16일(-0.01%) 이후 최저 낙폭이다.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완화와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이 맞물려 불안감이 일부 해소된 데다, 특례보금자리론 대상인 9억원 이하 매물을 중심으로 실수요자들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자치구별로는 강동구와 송파, 노원 등 지난해 가격 조정이 컸던 지역 위주로 급매물이 거래되는 분위기다. 가격 하락 폭은 구로구가 0.13% 떨어져 가장 컸고 동대문구(-0.10%), 양천구(-0.09%), 강남구(-0.08%), 마포구(-0.07%), 성북구(-0.06%), 노원구(-0.04%), 강동구(-0.02%) 순으로 나타났다.



급매물이 빠지면서 매매가격이 소폭 상승하거나 매도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사례도 나타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면적84㎡(16층)는 지난달 1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1월 17억7000만원(13층)보다 1억8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84㎡는 올해 초까지 15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졌지만 지난달에는 18억9000만원(28층)까지 올랐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부동산 규제완화 등이 호재로 작용하고 실거래가 반등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급매물이라도 호가를 높여서 내놓은 다음 적절하게 내려 거래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도 완화됐다. 지난 2일부터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도 규제지역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최대 30%까지, 비규제지역에선 LTV 60%까지 주담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수요자의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한도 기준 6억원도 폐지됐다. 다주택자와 자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층을 중심으로 매수세 회복 발판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나 매도인과 매수자의 시각 차이는 여전해 시장 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거래량이 다소 회복됐지만 시장에 쌓인 급매물을 소화할 만큼 충분하지 않고,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악재가 남아있다고 보는 매수자들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실거래가가 소폭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수자와 매도자의 눈높이가 다른 상황"이라며 "단지 호가를 의식한 집주인은 갑자기 가격을 올리고 집값이 더 빠질 수 있다고 보는 매수인들은 가격을 흥정하면서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25일 20억7000만원에 거래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84㎡ 호가는 현재 21억~25억6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최고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는 4억9000만원에 달한다. 실거래가가 오르고 있는 헬리오시티도 17억원대 매물이 쌓여 있는 상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주택자의 경우 정부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유동성이 막혀 있는 경우가 많고, 현재 거래량 수준으로는 쌓여 있던 급매물이 원활하게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가격 협상의 키를 쥔 매수자와 규제 완화에 따라 호가를 올리려는 매도자 사이의 동상이몽은 3월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