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도화 방안 발표로 업계는 오히려 불만을 표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대상이 한정적이어서다. 닥터나우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가 보편화되면서 현재 감기, 알러지, 소화불량 등 가벼운 증상의 초진 환자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며 "재진 환자만 허용할 경우 이들은 비대면 진료를 받기 어렵다"고 했다.
업계는 의료취약지 환자들을 중심으로 제도화하는 점에 대해서도 사실상의 규제라고 보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올라케어를 운영하는 블루앤트의 지난해 집계에 따르면 서울·경기·인천 지역의 진료 건수는 전체의 70%에 달한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의료취약지가 아닌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의미다.
해외 각국에서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대면 진료를 권장하면서 규제를 적극적으로 완화하는 분위기다.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농촌거주자, 말기 신장질환자 등에 국한됐던 비대면 진료 대상을 장소나 질환 제한 없이 폭넓게 허용했다. 일본도 1997년 비대면 진료를 재진 환자 및 산간벽지 등 사각지대 환자를 대상으로 9가지 만성질환에 대해서만 허용하다가 2015년, 2020년 두 번에 걸쳐 규제를 완화한 후 2020년 4월부터는 초진 환자도 온라인 진료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외에 캐나다, 호주, 영국 등 주요 국가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비대면 진료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했다.

한국만 재진이나 의료 취약지 등으로 한정할 경우 해외에서 경쟁력이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다양한 형태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지 않아 데이터 측면에서 해외 기업에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시장은 앞으로 해외의 원격의료 업체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기술과 데이터"라며 "한국의 비대면 진료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학과 IT 기술을 기반으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료계와 협의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진료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오수환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대표(엠디스퀘어 대표)는 "아직까지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나온 것은 아니다"며 "의료취약지의 초진, 도시지역 야간시간 비대면 진료 등에 대해서는 단서가 붙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성장세에 베팅해온 벤처투자업계도 보건복지부의 이번 발표로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다. 한 벤처캐피탈(VC) 심사역은 "기대와 달리 제도화 수준이 너무 낮다"며 "제도화 이후 비대면 진료가 크게 위축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닥터나우, 굿닥, 올라케어 등 비대면 진료 플랫폼 '3강'으로 꼽히는 스타트업들은 총 800억원 가량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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